과기부·IITP, CMU와 인재 양성사업 시행
컴퓨터과학부 핵심 머신러닝
인공지능과 현실 문제 연결하는 오톤 랩(Auton Lab)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 기술력은 국가 경쟁력 핵심. 정부는 2019년 AI분야 산학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인공지능 석ㆍ박사급 인재 육성을 목표로 국책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 등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아키텍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AI타임스 특별취재팀은 기획 연재를 통해 인공지능대학원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함으로써 교육 소비자 주권 행사에 기여코자 한다. 동시에 국내 인공지능대학원간 교차 비교와 해외대학 정보를 제공, 한국 인공지능대학원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권영민, 정윤아ㆍ박유빈ㆍ박성은ㆍ윤영주ㆍ이하나 기자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CMU)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머신러닝 학과를 개설했다. 컴퓨터과학과가 학부로 전환되며 머신러닝 학과를 포함해 7학과가 편성되었다. 

CMU 컴퓨터과학부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과 컴퓨터 간의 상호 작용을 탐구한다. CMU가 정의하는 인공지능 개념은 간단하다. 인간의 필요를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정의는 간결하지만, 해석은 다양해진다. 'AI+X'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유이다. 인공지능이란 인공지능 스택(stack)이라고 부르는 기술 블록들이 창조한 거대한 개념이라는 것.

CMU 컴퓨터과학부 캠퍼스(사진=위키피디아)
CMU 컴퓨터과학부 캠퍼스(사진=위키피디아)

컴퓨터과학부의 핵심은 머신러닝이다. 일찍이 머신러닝의 학문적 가치를 인식한 CMU는 학부 7개 학과 모두가 머신러닝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한다. 머신러닝 학과 소속 연구소만 10개에 이른다.

그중 오톤 랩(Auton Lab)은 인공지능을 현실 세계의 문제에 적용해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고안한다. 시간적, 순차적 데이터 모델링과 구조적 학습, 상호적 네트워크 과학 등에 대해 연구하며 의료, 방사선 안전 그리고 농업과 같이 다양한 분야로 인공지능의 활용을 확대했다. 인공지능이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고, 유익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오톤 랩의 비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지난 2년간 2회에 걸쳐 CMU와 글로벌 핵심인재 양성사업을 추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분야를 선도할 글로벌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산학 네트워크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선발된 학생들은 6개월간 CMU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머신러닝과 자연어 처리 등 이론 수업과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해 AI 심화 역량을 쌓았다. 본 CMU 과정에 참가했던 김명언 님과 선지민 님의 생생한 현지 교육 체험담을 담았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 국내 인공지능 전공자로서 카네기멜론 대학의 커리큘럼과 관련하여, 국내 인공지능 커리큘럼과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김명언 님: 제가 교육을 받을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인공지능 관련 커리큘럼이 보편화하지 않았습니다. 깊이 있는 전공 수업이라기보다는 교양 수업처럼 인공지능·딥러닝 등이 무엇인지 넓고 간략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카네기멜론에서는 영상·자연어 처리 등 분야별로 인공지능·딥러닝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세부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지민 님: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님들을 가까이에서 뵙고 수업을 들을 수 있던 것이 신기하면서도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특히, 관심 분야였던 자연어 처리에 대해서 언어학적인 배경까지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제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수업이 다수였던 반면, 카네기멜론에서는 기계번역을 한 학기 동안 다루는 수업, 자연어 처리 기술의 윤리적인 쟁점을 다루는 수업 등 다양한 하위 분야를 다루는 수업이 훨씬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학부가 한국 대학과 비교해 훨씬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강의 구성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는 점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연구로 발전시키기에 유리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 카네기멜론 대학의 인공지능 수업을 들어보셨을 때, 국내 인공지능 대학과 수업 방식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명언 님: 국내에서는 인공지능·딥러닝에 대해 넓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수업에서 각 분야의 최신 트렌드나 논문까지 구체적으로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반면, 카네기멜론 대학은 커리큘럼 자체가 분야별로 나뉘어져 최신 트렌드 및 논문을 다룰 수 있었고, 코딩 구현 과제도 많았습니다. 또한, 유명 논문의 저자들이 많아 세미나와 특강 등을 통해 관심 분야의 대가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선지민 님: Algorithms for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 처리)라는 수업은 언어학 연구를 하시는 David Mortensen 교수님과 컴퓨터와 연관이 깊은 NLP 연구를 하시는 Yulia Tsvetkov 교수님에 의해 팀티칭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카네기멜론의 많은 수업은 교수님들이 팀을 이뤄 진행됩니다. 한 과목 내에서도 각 세부분야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교수님들이 강의한다는 점이 전체 수업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과목인 Machine Learning for Text Mining은 Yiming Yang 교수님께서 가르치셨는데, 정보 검색(Information retrieval),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딥러닝(Deep learning)과 통계적 검정(Statistical Testing) 등 여러 분야에 있는 주제를 엮은 수업 커리큘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기존에 들어봤던 수업의 대부분은 한 과목의 기초부터 심화 주제까지 순차적으로 배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반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고 교수님께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들을 제약 없이 큐레이팅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느꼈습니다.

CMU 캠퍼스(사진=셔터스톡)
CMU 캠퍼스(사진=셔터스톡)

◆ 해외 인공지능 대학원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은 대학원 선택 과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6개월간 생활하신 것을 토대로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김명언 님: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해외 대학원으로 진학할 경우, 학비나 생활비 등은 정말 많이 부담되는 부분입니다. 펀딩을 받지 않고 해외 인공지능 대학원으로 진학을 한다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매우 커 학업에 몰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학원에서는 단지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학금이나 각종 프로그램 등의 펀딩을 잘 알아보고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여건을 마련한 후 진학하기 바랍니다. 

선지민 님: 저는 감사하게도 생활하는 동안 프로그램을 통한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6개월간의 생활이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은데요. 개인의 경제적인 상황이나 펀딩 여부 그리고 도시의 물가에 따라 경제적 부담에 대한 편차가 대단히 클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박사 과정은 대부분의 학생이 학비나 생활비에 대해 전액 지원을 받으며, 석사 과정도 연구실에 소속되어 일한다면 부분적으로라도 펀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 유학을 지원하는 국내 장학 재단 등이 몇 군데 있으니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CMU 현지 교육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김명언 님: CMU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저는 CMU의 조정(Rowing)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많은 대학생·대학원생이 활동하는 운동 동아리로 평일 아침 5시에 모여 열심히 배를 타고, 7시를 조금 넘겨 해산하였습니다. 일과시간에는 치열하게 학업 및 연구를 하고 그 외 시간을 쪼개어 운동도 열심히 하는 CMU 학생들을 보며, 그동안 제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너무 안일하게 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선지민 님: 마지막 두 달간 들었던 IoT(Internet of Things), Big Data(빅데이터), 그리고 Machine Learning(머신러닝)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수업에서 배웠던 이론을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는 실습 위주의 수업이었는데요. 라즈베리 파이가 장착된 로봇을 가지고 컴퓨터 비전, 통신과 최적화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적용해 가상 지도상의 무인 배달 최적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네 명의 학생이 한 조가 되어 두 달 동안 시스템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어떤 팀이 가장 적은 시간 내에 많은 배달을 완수하는지 대회를 열었습니다. 저희 조는 실시간으로 최적 배달 경로를 수정하는 알고리즘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실시간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것보다 물건을 내리고 싣는 작업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팀원들과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CMU AI 교육을 체험하며, 국내대학원과 비교해 가장 부러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국내 인공지능 대학원이 개선해야 할 점과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명언 님: CMU AI 교육을 받는 동안 과목별로 나오는 과제의 양도 많고 깊이도 깊어 부담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해결해가며 실력도 많이 향상되고 인공지능 관련 과목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습니다. 국내 대학원에서도 과목별로 최신 트렌드의 연구 방향과 연관된 과제들이 주어진다면, (특히 실제로 코딩하는 과제) 개개인의 연구 역량 발전에 좋을 듯 합니다. 

선지민 님: 학과의 규모가 커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여러 주제의 수업을 열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 현재 개발자 연봉 관련 이슈가 뜨거워지면서, 문과 학생들, 현직 공무원이 코딩 학원에 다니는 등 코딩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전공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명언 님: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분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딥러닝 등이 많이 적용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미래에는 인공지능 전문가의 구분 없이 누구나 코딩을 배우고 본인이 생각하는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지민 님: 저 또한 학부 때 문과 계열인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진로를 바꾼 케이스인데요. 다른 분야를 공부하다가 갑자기 프로그래밍을 배우기가 쉽지는 않지만, 전공이 어떤 분야든 코딩을 배워두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코딩을 배우면 내가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자 할 때,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코딩 공부를 통해 스스로 앱을 만들거나 지루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등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딩 교육이 보편화한다면 이처럼 실용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모두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기에 모든 사람이 같은 코딩 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각자의 직무에서 불편한 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코딩 교육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 기획자라면 팀 내의 개발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적 이해로 충분합니다. 코딩 교육 열풍에 따른 막연한 압박 때문에 코딩을 배우는 것보다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적합한 커리큘럼을 세워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해외 대학원을 고민하는 인공지능대학원 준비생들에게 미국 인공지능 교육 체험자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명언 님: 해외 유명 대학원에 가서 인공지능 관련 학위를 이수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좋은 온라인 강의나 국내 인공지능 대학원도 여럿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해외 대학원만 고집하지 마시고, 본인이 학업 및 연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을 깊이 고민하시고, 좋은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선지민 님: 해외 대학원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입니다. 제가 그랬듯이 미국 대학원을 체험해볼 기회가 있다면, 인공지능 대학원 진학에 있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김명언

김명언 님은 현재 한국한공우주연구원 미래기술연구소 인공지능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 울산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졸업 

▲ 울산과학기술원(UNIST) 컴퓨터공학과 졸업

선지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컨텍스트팀 기계 번역 파트에서 연구 인턴을 맡고 있는 선지민 님은 다가오는 8월에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에 입학을 앞두고 있다.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석사 졸업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AI타임스 박유빈 기자 parkyoobin1217@aitimes.com

 

한국의 인공지능 대학원 2021 연재순서

① KAIST(5월4일) ②고려대(5월4일) ③성균관대(5월6일) ④GIST(5월6일) 포항공대(5월7일) ⑥UNIST(5월7일) ⑦연세대(5월10일)한양대(5월10일)중앙대(5월11일)서울대(5월12일) ⑪해외의 인공지능대학원(스탠퍼드 카네기멜론 MIT 외) ⑫AI강소국 스위스, 스위스는 어떻게 인공지능 강국이 되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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