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교수 없이 기존 소속 유지 참여교수만으로 운영
코어AI 연구자 21명 참여...4년 후 15명 추가 영입
반도체·헬스&바이오·윤리·자율주행·로봇 5대 응용분야 주력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 기술력은 국가 경쟁력 핵심. 정부는 2019년 AI분야 산학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인공지능 석ㆍ박사급 인재 육성을 목표로 국책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 등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아키텍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AI타임스 특별취재팀은 기획 연재를 통해 인공지능대학원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함으로써 교육 소비자 주권 행사에 기여코자 한다. 동시에 국내 인공지능대학원간 교차 비교와 해외대학 정보를 제공, 한국 인공지능대학원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권영민, 정윤아ㆍ박유빈ㆍ박성은ㆍ윤영주ㆍ이하나 기자

 

(사진=서울대, 편집=박성은기자)
(사진=서울대, 편집=박성은기자)

국내 최대이자 최정상 대학인 서울대가 올해 마지막 국가 선정 인공지능대학원 주인공이 됐다. 국내서 몇십 년간 인공지능(AI) 연구에 매진해 온 교수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서울대가 언제 국책 인공지능대학원으로 선정될지는 그간 세간의 관심사였다.

서울대 인공지능대학원 현황 표
서울대 인공지능대학원 현황 표

다른 학교와 달리 서울대는 일반대학원 협동과정이라는 형태를 유지한 채 인공지능대학원을 운영한다. 서울대는 작년 가을 일반대학원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을 개설했다. 서울대 내에서 AI를 연구하던 교수 44명이 참여교수로서 대학원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임교수 없이 모든 교수가 참여교수인 만큼 전기정보공학부, 컴퓨터공학부 등 기존 소속을 유지한다. 융합적인 성격이 강한 AI 기술에는 기존 대학원 방식보다 다양한 학부 연구자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협동과정이 더욱 알맞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도 코어 AI와 함께 다양한 응용분야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 전임교수 확보가 관건인 국내 기존 대학원 제도 대신 AI 학과를 따로 두지 않은 MIT, 스탠퍼드와 같은 해외 유수 대학들의 운영 방식을 참고한 결과다.

AI+X가 아닌 X+AI입니다.

사회에 적용되어야 코어AI도 완전한 가치를 가집니다.

서울대 경쟁력은 세계적인 AI 원천기술 연구 역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82개 학과에서 국내 최정상급 연구자들을 확보한 만큼 응용연구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 헬스&바이오, 자율주행, 윤리, 로봇 5개 분야에 대해 특화과목을 개설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한다.

서울대 AI 연구 경력은 곧 우리나라 AI 연구 역사입니다.

Q. 마지막 국가 선정 인공지능대학원이 된 소감이 궁금하다. 선정 비결은?

많은 학교들이 관심 갖는 사업에 우리가 참여하게 되어 기쁘고 그만큼 책임감도 든다. 선정 비결을 꼽자면 오랫동안 AI 연구를 해 온 훌륭한 연구자들이 참여 교수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대학원 사업 이전부터 학교 차원에서 AI 위원회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

 

Q. 대학원 출범 전에도 서울대는 국내 AI 연구를 이끌어 왔다. 서울대가 본격적으로 AI 연구를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서울대 AI 연구 내역은 곧 우리나라 AI 연구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나(이경무 교수)를 비롯해 장병탁, 한보형, 김건희 교수 등 코어 AI 교수 다수가 몇십 년 동안 AI를 연구해왔다. 다만 하나의 학사 구조에 모이지 못하고 산재해 있었던 것 뿐이다. 이런 연구자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협동과정을 구축했다.

 

Q. 다른 학교와 달리 서울대는 앞으로도 협동과정 형태로 인공지능 대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국책 사업 선정 여부와는 별개로 AI 대학원 학사 형태에 대해 학교 내부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 고민은 코어 AI 부분 연구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여러 학과에 산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개별적으로는 이미 많이 활약하고 있지만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2019년 AI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융합적 성격을 가진 분야인 만큼 영역 간 벽을 없앨 필요가 있는 만큼 기존 대학원 형태로 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AI는 점차 열린 구조로 가고 있다. 학계, 산업계 전반에서 융합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UC버클리대 같은 경우 AI 학과가 따로 없다. MIT와 스탠퍼드도 마찬가지다. 모두 기관(Institution)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해외 유수 대학 방식을 참고했다.

 

Q. AI 개발자에 대한 사회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참여 교수와 학생 모집인원을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

우선 코어 AI 교수 15명을 2025년까지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학생 입학 정원은 현재 53명을 모집 중인데 2025년까지 최소 80명, 여석 제도 활용 시 최대 12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교수들은 전임교원이 아닌 참여 교수 형태를 계속 유지한다. 전임교원을 따로 뽑게 되면 결국 일반적인 대학원 체제와 같아진다. 참여 교수 형태는 유지하되 참여 비율은 조정 가능하다. 현재 코어 AI 교수들은 연구 시간과 학생 선발 80% 정도를 인공지능대학원에 할당하고 있다. 반대로 응용 AI 교수 중에서는 타대학에 80%, 인공지능 대학원에 20%를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코어 AI 교수들이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에 얼마나 시간을 배정하느냐다.

교수와 학생 인원 모두 점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조직이 갑자기 커지면 본디 추구하는 목적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것보다 수월성을 가진 인재, 세계적인 스타급 연구자를 만드는데 집중하려 한다.

 

Q. 서울대는 AI 원천기술과 코어 AI 연구에 강한 것으로 안다. 기존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 한다면.

▶한보형 ▶김건희 ▶전병곤 ▶유승주 교수 등 코어 AI 교수 21명은 모두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보한 핵심 멤버다. 특히 비전과 자연어 분야에 강하다. 비전 쪽에서는 나(이경무 교수)를 비롯한 한보형, 김건희 교수 등이 ▶CVPR ▶ICCV ▶뉴립스 ▶AAAI 등에서 분야별 좌장(area chair)을 매년 하고 있다. 탑컨퍼런스 에리어 체어를 한다는 것은 이미 그 분야에서 업적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코어 AI 교수들의 논문 성과를 살펴보면 3년 동안 ▶CVPR ▶ICCV ▶ECCV에 총 75편을 냈다. ▶NeurIPS ▶ICML ▶AAAI에는 60편을 발표했다. 그 외 탑컨퍼런스 논문까지 모두 합하면 160편이 넘어간다.

최근 AI계에서 탑컨퍼런스 채택 논문 수만으로 연구역량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AI 탑컨퍼런스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CVPR, ICCV, NeurIPS에서는 3년 전에 비해 발표 논문 수가 2배 정도 늘었다. 논문 양이 늘어났지만 질은 예전같지 않다. 발표된 논문 중 인용(Citation) 내역이 없는 논문들도 많다.

서울대는 많은 논문을 내는 것보다 영향력이 큰 논문을 내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우리 코어 AI 교수 중 4명은 구글 인용 수가 1만 회를 넘어간다. 2만 회 이상을 달성한 교수도 1명 있다. 사실 나(이경무 교수)다. 교수들의 평균 인용수를 봐도 6400회로 굉장히 많은 편이다.

질 좋은 AI 논문을 가려내기 위해 FWCI(Field-weighted citation index)를 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FWCI이 10 이상인 교수가 현재 2명이다. 전체 교수 평균은 3.8이다. 즉, 해당 분야 내 평균적인 연구자들보다 우리 교수들이 3.8배 혹은 10배 더 영향력 있는 논문을 냈다는 의미다.

 

Q. 응용연구 첫 번째 분야가 반도체다. AI반도체 관련 대학원계획이 궁금하다.

코어 AI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할 때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더욱 개선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예시다. AI 반도체 분야도 여러 레벨로 나뉜다. 반도체를 위한 칩을 만들 수도 있고, 알고리즘을 어떻게 반도체 내에 잘 코팅하느냐를 연구할 수도 있다. 서울대는 반도체 연구력이 이미 세계 최정상급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시작한 NPRC(Neural Processing Research Center) 센터에서 서버·모바일 관련 AI 알고리즘 개발을 비롯해 반도체, 시스템 설비 쪽 대규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학부 AI 반도체 연합전공을 통해서는 대학원에 들어올 수 있는 인재풀을 만들고 있다. 반도체 관련 AI에 대한 기초를 교육하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다. 연합전공인 만큼 다양한 전공 소속 학생들이 해당 커리큘럼을 이수할 수 있다. 매년 180명을 받고 있지만 향후 증원할 계획이다.

 

Q. 우수 의대와 약대를 보유한 만큼 의료AI연구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참여 교수 중 김선, 윤선로 교수가 의료 AI 연구에 활발히 참여 중이다. 김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함께 전자의무기록(EMR) 시계열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합병증을 예측하는 연구를 한다. 생명과학부와는 멀티오믹스 분석 알고리즘 플랫폼, 딥러닝 기반 치료제 예측 시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매년 의대와 공대 학제 공동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반응이 좋아 최근 이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당연히 AI가 중심이 될 예정이다. 우리 참여교수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Q. ‘이루다 사건’으로 AI 윤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 AI 윤리를 이끄는 기관으로 서울대인공지능정책이니셔티브(SAPI)를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이 SAPI와 함께할 수 있는 일도 많을까?

우리 협동과정 참여 교수로 고학수 교수(법대)가 참여해 AI 윤리 과목도 개설했다. 세계적으로도 법과 AI를 함께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많지 않다. AI 윤리는 협동과정이라는 운영 형태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특히 기대되는 대표적인 AI 응용분야다. 기존 대학원 방식으로는 코어 AI와 윤리 분야 공부를 함께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이경무 주임교수(사진=박성은기자)
서울대 대학원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이경무 주임교수(사진=박성은기자)

 

Q. 네 번째 핵심 응용분야로 자율주행을 꼽았다. 관련 성과와 계획이 궁금하다.

서울대는 자율 주행 연구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앞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공학부 서승우 교수와 기계공학부 이경수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경수 교수는 우리 협동과정 참여교수이기도 하다.

작년 4월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미래 모빌리티 기술센터를 준공했다. 2만 평 정도 부지에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 건물을 짓고 자율주행시험장을 만들었다. 자율 주행 실증을 위한 플랫폼인 FMC(future mobility consortium)도 구축했다. 5단계 완전 자율 주행을 목표로 기술 실용화를 위한 실증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Q. 마지막 AI 응용분야인 로봇 연구는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로보틱스는 AI에서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적인 면보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통합 지능을 실현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능 측면에서는 사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로봇청소기처럼 특정 과제 수행은 가능하지만 인간 레벨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AI 대부분은 이미지, 음성인식 등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단일 지능이다. 반면 실제 환경에서는 멀티 모달, 멀티 태스크 처리가 가능한 통합 지능이 필요하다.

관련 연구에 대해 우리 학교에서는 장병탁 교수가 리드하고 있다. 현재 장 교수는 VTT(Video Turing Test)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비디오를 로봇에게 보여줬을 때 인간과 유사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Q. AI 응용분야를 말할 때 산학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이 기업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학교 내에 기업 공동 센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삼성전자와의 NPRC 이외에 현대자동차 AI센터, 삼성SDS 센터가 서울대 내에 들어섰다. 공동센터에서는 중장기적 연구 주제를 가지고 교수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기원과도 카메라 관련 AI 장기 과제를 수행 중이다.

학생들에게 항상 “좋은 논문을 쓰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글로벌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글로벌 활동 기회는 교수들의 글로벌 영향력과 네트워크에 달려있다.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참여 교수들의 지난 5년간 국제활동을 살펴보면 외국 연구소와 함께 작성한 논문이 70편 이상이다. 구글, 페이스북, 엔비디아, MS,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인턴십은 5년 동안 59건을 기록했다. 초청강연은 117건 정도 진행했다.

페이스북 AI 연구소에서 일한 우리 학생이 최근 ECCV에서 체형과 포즈 측정 AI 연구 논문 2편을 발표했다. 학생이 국제학술대회에 논문 2편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과의 연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Q. 대학원이 바라는 인재상과 목표가 궁금하다.

서울대는 국내를 넘어 세계 유수 대학인 버클리대, 칭화대 등과 경쟁해야 한다. 이런 학교의 인재들을 넘어설 수 있는 스타급 인력을 배출하려 한다. 현재 서울대는 AI 대학 순위로 글로벌 20위권 안에 있다. 향후 5년 안에 10위권, 10년 내 5위권에 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지원자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열정이다.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인데, 정말 좋은 연구는 스스로의 동기, 꿈, 열정에서 나오더라. 열정을 토대로 기본적인 수학, 코딩 실력을 갖추면 좋겠다. 창의성도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

 

이경무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 대학원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

▲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전기공학 박사

▲ 한국컴퓨터비전학회 회장

▲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펠로우(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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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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