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병원 내에서도 비대면 필요...원격 모니터링·AI 기술 활약
용인세브란스병원, 작년 개원부터 임상 커맨드센터 IRS 도입
원내 감염 관리, 병원 간 병상 관리에 스마트 기술 도입한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AI로 채혈실 업무 효율 개선...수술 후 감염 관리에도 적용
영상분석·음성인식 기술은 1년 전부터 다수 병원 현장에서 일상화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 유행으로 병원 내 비대면 의료가 절실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스마트병원이 빠르게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대형병원들은 주로 원격 모니터링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현장에 도입해 환자와의 접촉과 의료진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발전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병원을 기조로 지난해 2월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소위 커맨드센터라고 부르는 임상 부문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자체 개발한 통합반응 상황실인 IRS(Integration and Response system)를 개원 시점부터 의료 현장에 사용하고 있다. 심박수부터 피검사 결과까지 각 병실에 있는 환자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중앙에 수집해 AI 분석에 적용, 응급상황을 빠르게 감지해 의사나 간호사에게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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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원내 감염 사례로 병원을 폐쇄한 경험이 있는 만큼 감염 관리에 스마트기술을 적용했다. 손목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환자들에게 보급, 병원 위치 감지 시스템과 연동해 감염 위험이 낮은 경로를 안내한다.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핵심인 병상 확보에도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다. 은평성모병원, 길병원과 함께 보건산업진흥원 사업을 통해 3개 병원 간 통합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삼성서울병원도 환자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간호사가 잠든 환자를 깨우지 않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각종 검사를 위해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는 채혈실 업무 관리에도 AI를 도입해 환자 대기 시간과 직원 업무 부담을 줄였다.

의료 분야 중 AI를 처음 적용하기 시작한 영상 진단 보조는 상당수 병원이 도입하면서 의사들이 익숙하게 사용 중이다. 음성인식, STT(Speech-to-text) 기술도 현장 의료진에게 유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 AI 전문업체 뷰노 제품인 ‘뷰노메드 딥 에이에스알’을 영상판독 기록에 1년 이상 사용했다. 서울·은평성모병원은 원내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연구소를 세워 자체 기술을 개발, 사용 중이다. 해당 기술은 전자의무기록(EMR)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 연동 가능하다. 최근에는 정형외과 수술 시 음성기록 텍스트화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달 18일 KIMES2021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시대 디지털헬스케어의 미래’ 세미나에서는 용인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내 스마트병원 담당자들이 참석해 각 병원의 스마트 기술 도입 사례를 전했다.
 

◆커맨드센터 자체 개발한 용인세브란스병원 “작년부터 사용 중”

“비행기가 하루에도 수백대씩 안전하게 이착륙이 가능한 것은 관제탑 덕분이다. 병원에서도 관제탑이 필요하지 않을까 질문하게 됐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 부원장은 소위 커맨드센터라고 불리는 통합반응상황실(이하 IRS)을 도입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병원 오픈 시기부터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하는 컨셉을 잡았다. 개원 1년 전부터 직원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 워크숍을 진행했다. 현재 병원에서 활용 중인 디지털 솔루션들은 모두 여기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스마트 기술 도입 사례를 발표 중인 김은경 부원장(사진=박성은 기자)
용인세브란스병원 스마트 기술 도입 사례를 발표 중인 김은경 부원장(사진=박성은 기자)

IRS는 병원 내 환자 생체 정보를 모두 모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중앙관제시스템이다. 심박수부터 피검사 결과까지 환자 개개인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은다.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환자를 나눠 모니터링한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의사 진료실이나 간호사 스테이션에 즉시 알람을 울린다.

김은경 부원장은 “IRS에는 현재 환자 생체신호 모니터링, 중증도 예측, 각종 알람 시스템을 포함해 총 15개 대시보드가 포함됐다. 추후에도 새로운 솔루션 도입으로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를 한 곳에 통합 수집해 중앙 데이터 저장소를 구축하면서 향후 병원 운영이나 연구에도 활용 가능하다.

용인세브란스병원 IRS 모습(사진=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IRS 모습(사진=용인세브란스병원)

AI 영상판독 기술은 유방암 검사인 맘모그래피와 흉부 엑스레이에 모두 사용 중이다. 특히 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기술이 진가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김은경 부원장은 “밤 11시에 의사가 없는데 엑스레이 판독이 급히 필요한 때가 있었다. 이 때 AI가 엑스레이를 찍자마자 특정 부위를 가리키며 폐렴 확률을 제기했다. 덕분에 바로 CT 촬영에 들어가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수인 정상 결과 속 긴급한 상태를 찾아내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김 부원장은 “아침에 출근하면 500개 정도 판독할 영상 리스트가 쫙 뜬다. 이제 여기에 AI 판독으로 인한 질병 가능성 스코어도 같이 표시된다. 굉장히 똑똑한 전공의, 보조의사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STT 기술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은경 부원장은 “영상 판독 시 의사 음성을 바로 받아 텍스트로 전환하고 이는 EMR에 즉시 들어간다. 특정인 목소리로 6개월 훈련한 결과 정확도가 70%에서 95%까지 올랐다. 우리 병원에서 사투리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선생님도 쓰고 있는데 90%가 넘는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코로나19 대응에 스마트 기술 집중 활용

서울성모병원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이송요원에 의해 폐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대응에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집중 적용했다.

최인영 서울성모병원 지능의료센터장은 “중증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간병인과 보호자 등 추적이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며 “이에 감염·역학관리 RIB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스마트 기술 적용 사례를 발표하는 최인영 센터장(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성모병원 스마트 기술 적용 사례를 발표하는 최인영 센터장(사진=박성은 기자)

RIB 시스템에서는 외래·입원 환자는 물론, 응급실이나 업무차 방문자들 모두에게 중앙 관리 시스템과 연결되는 ‘웨어러블 비콘’을 제공한다. 이는 앱과 연동돼 접촉시간, 공간, 거리에 따른 감염 위험도 정보를 제공한다. 병원 측에서는 현황판을 통해 내원자들 이동 경로를 모니터링, 관리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역학관리 RIB 시스템 모습(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성모병원 역학관리 RIB 시스템 모습(사진=박성은 기자)

1개 병원에서 벗어나 여러 병원을 대상으로 통합 모니터링을 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은평성모병원, 길병원과 함께 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BIC Plus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사업’에 참여하면서 통합 병원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3개 병원의 감염관리 현황을 나타내는 대시보드를 만들어 병상정보와 같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핵심 정보를 공유한다. 공유 정보에는 중환자실 병상정보,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기타 병상정보,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준·중환자 병상, 감염병 전담병원 치료병상정보 등이 포함된다.

최인영 센터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현황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만큼 복지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확보(지정)병상수, 입원병상수, 확진자 입원가능 병상수를 각기 나눠 구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원내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AI 음성인식 기술인 ‘Voice EMR’은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 중이다. 해당 기술은 영상의학과, 병리과, 정형외과, 소화기내과에서 사용하는 의료 용어와 한국어, 영어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특화 엔진을 탑재했다. 병동, 외래, 수술실, 처치실, 검사실 등에서 의료진의 음성을 95% 이상 정확도로 입력 가능하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 Voice EMR 개발 내용(출처=서울성모병원 유튜브 채널)

최 센터장은 “AI 영상분석과 음성인식은 작년부터 도입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정형외과 수술 현장에서 의사가 말하는 음성 수술 기록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수술기록 자동화 STT 기술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방호복을 끼고 말해도 높은 정확도로 기록할 정도로 기술을 구현했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 원내 업무 효율화부터 AI 적용

삼성서울병원은 진단 보조나 의사 음성 판독 텍스트화와 같이 의학 정보가 필요한 분야 이외 병원 업무에 AI를 도입했다. AI 기반 지능형 채혈검사 분산 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검사에 필수적인 채혈 업무를 효율화하고 환자 대기 시간을 줄였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정보전략실 차장은 “채혈검사를 위해 환자들은 보통 병원에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 한다. 각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다른 곳에 일을 보고 오라는 식으로 권장해 분산시키려 노력한다. 채혈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채혈 하는 직원들도 항시 대기 상태다. 언제 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시스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스마트 기술 도입 현황을 발표 중인 차원철 차장(사진=박성은 기자)
삼성서울병원 스마트 기술 도입 현황을 발표 중인 차원철 차장(사진=박성은 기자)

AI 채혈검사 시스템에서는 환자 접수부터 QR 코드로 진행한다. 대기 인원이 많을 경우 시스템은 환자에게 원내 대기하기에 편한 별도 공간을 안내하거나 다른 채혈실로 안내한다. 이후 차례가 되면 앱에서 대기 순번 알림톡을 보낸다.

채혈실 직원들에게는 환자가 언제 방문할지 예상 정보를 제공한다. 과거 채혈 검사 실적 데이터와 진료과의 처방 데이터를 분석해 채혈 환자 수를 예측한다. 예측 환자수에 따라 적절한 병리사 인원을 사전에 배치하는 식이다.

차원철 차장은 “환자 대기를 최소화해 환자와 직원이 모두 편리하면서도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의 AI 기반 지능형 채혈검사 분산 시스템 내용(사진=박성은 기자)
삼성서울병원의 AI 기반 지능형 채혈검사 분산 시스템 내용(사진=박성은 기자)

삼성서울에서도 환자 생체 신호를 비대면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맥박 4가지 생체 신호를 자동 측정하며 이상치가 발견되면 의료진에게 즉시 알람을 전송한다. 수면 중인 환자를 깨우지 않으면서 간호 업무도 줄일 수 있다.

차 차장은 “보통 간호사들은 최소 8시간에 한 번씩 환자를 찾아가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아픈 몸에 간신히 잠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중증환자의 경우 갑자기 숨을 쉬지 않게 되면 8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상태를 확인했다고 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기술 실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디바이스 마련이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차원철 차장은 “지금 현재로서는 아직 쓸 수 있는 디바이스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산소포화도와 맥박을 동시에 취급하면서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제품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생체 신호 측정 의료기기로 메디와치 제품을 고려 중이다. 메디와치 기기는 현재 의료기기 인증 절차 과정에 있다.

개발 예정인 AI 기반 기술 중에서는 수술 후 감염 예측 시스템이 주목된다. 수술 관련 정보와 수술부위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로 데이터셋을 구축한 후, AI 기술을 적용해 수술부위 감염 감시 및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수술부위감염은 재원일수, 의료비용 부담, 유병률·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기존 수술부위감염 감시 모니터링은 의무기록조사에 의존해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차원철 차장은 “먼저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AI 학습용 데이터셋에는 수진이력, 영상검사, 미생물 검사결과, 항생제 투약이력, 혈액검사 결과 등을 포함한다. 추출된 정보를 기반으로 수술부위 감염 모니터링·예측 AI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또다른 알고리즘 개발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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