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말.말’
CES 주관사 CTA, 올해 시장 전망 소개
참가 기업, 주력 사업 및 기술 동향 발표
기술로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 극복하는 방안 나와

왼쪽 아래부터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마이크 맨수에티 보쉬 사장, 자미 힌드먼 존디어 CTO, 스캇 박 두산밥캣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스티브 코닉 CTA 부사장. (사진편집=김동원 기자)
왼쪽 아래부터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마이크 맨수에티 보쉬 사장, 자미 힌드먼 존디어 CTO, 스캇 박 두산밥캣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스티브 코닉 CTA 부사장. (사진편집=김동원 기자)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라 불리는 CES 2022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개막했습니다.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2300개 이상 업체가 참가했습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스마트홈, 헬스케어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많은 업체가 모인 만큼, CES에서는 IT 기술 동향과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시했습니다. 각 기업 관계자는 기조연설,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현재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혁신 기술 등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올해 각 산업과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을 소개하는 연설이 많았는데요. 과연 이번 행사에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요? <AI타임스>가 CES에 소개된 주요 '말'들을 모아봤습니다. (기사 중간 제목에 있는 링크를 클릭하면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 문제 회복된다"...스티브 코닉 CTA 부사장

CES 첫날 나온 얘기인데요. CES를 개최·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스티브 코닉(Steve Koenig) 부사장이 한 말입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공급이 회복 조짐을 있다"며 "2022년 자동차 기술 매출이 2022년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티브 코닉 CTA 부회장이 "반도체 공급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CES 2022)
스티브 코닉 CTA 부회장이 "반도체 공급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CES 2022)

반도체 부족은 사실 그동안 IT 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반도체가 없어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죠. PC나 노트북 등 가전제품은 그나마 상황이 괜찮았지만, 자동차 분야는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반도체가 없어서 공장을 일정 기간 폐쇄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였어요.

자동차 반도체 부족은 코로나19와도 영향이 있는데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업체는 바이러스 영향으로 자동차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반도체 생산물량을 줄이고 대신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스마트폰과 게임용 반도체 생산을 늘렸죠. 하지만 예상보다 이른 지난해 3분기부터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초래됐습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종합반도체기업(IDM)과 파운드리 업체는 시설투자를 강행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시장조사업체에서는 올해부터 반도체 수요와 공급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많았고요.

이번에 CTA가 반도체 공급이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반도체 부족 사태가 극복될 수 있다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메타모빌리티 시대 열겠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는 이번 행사에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라는 단어를 언급했어요. 기자회견에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개 '스팟'과 함께 등장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와 로봇 기술을 메타버스에 접목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말했다. (출처=CES 2022 행사 캡처)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와 로봇 기술을 메타버스에 접목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말했다. (출처=CES 2022 행사 캡처)

메타모빌리티는 현대차의 로보틱스 사업 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현대차는 미래 먹거리 분야로 로보틱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참고로 로보틱스는 로봇을 다루는 기술을 의미해요.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기계, 전자 등 기술이 집약돼 있고, 모빌리티 등 다른 분야에 응용도 할 수 있죠.

메타모빌리티는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합친 용어라고 이해돼요.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인류의 이동 범위가 가상 공간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보면 돼요.

현대차는 메타모빌리티를 통해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메타버스와 로보틱스를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한 것이죠.

정 회장은 "AI, 자율주행 기술로 미래 모빌리티 간 경계가 파괴되고, 메타버스 세계관에 유입되면서 메타모빌리티가 스마트 디바이스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친환경 기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개방할 것"...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이번 CES 기조연설자로 나섰는데요. 과연 기조연설에서 어떤 얘기를 중점적으로 할까 싶었는데 그가 강조한 것은 '환경'이었어요. 기후변화 문제로 현재 전 세계가 고민하는 분야죠.

한 부회장은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지속가능한 미래'로 규정했어요.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이를 사용함으로써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죠. 이를 '지속가능한 일상'(Everyday Sustainability)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이를 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이를 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에서 유통, 사용, 폐기까지 제품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죠. 반도체의 경우 탄소 저감 인증 획득을 했다고 밝혔어요. 이 인증을 받은 메모리 반도체 5종은 지난해 칩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70만 톤 줄이는데 기여했다고 해요.

삼성전자는 TV,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과 제품 포장에도 친환경을 고려하고 있어요. TV 등 주요 제품은 영국 친환경 인증기관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로부터 제품 전체 사이클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는 인증을 받기도 했죠.

친환경 노력의 대표 제품은 솔라셀 리모컨이에요. 태양광으로 충전해 사용하는 리모컨인데요. 돠이파이 공유기 등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충전하는 기능을 추가해 불빛이 없는 밤에도 충전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해요.

한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업종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솔라셀 리모컨 등 친환경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친환경에서 기술 경쟁이 아닌 상생을 이뤄나가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말이었죠.

"80년간 변화 없던 산업용 장비, 변할 때 됐다"...스캇 박 두산밥캣 사장

두산밥캣은 산업용 차량과 장비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어요. 약 80년간 큰 발전이 없던 산업 장비에 변화를 가져오겠단 것이죠.

스캇 박(Scott Park) 두산밥캣 사장은 "이 자리에는 혁신을 이야기하기 위해 왔다"며 "두산밥캣은 지속가능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과 제품의 혁신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엘 하네만 두산밥캣 글로벌 부사장은 "T7X는 이산화탄소 배출, 소음 등 이웃에 주는 피해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말했다. (출처=CES 2022 기자회견 캡처)
조엘 하네만 두산밥캣 글로벌 부사장은 "T7X는 이산화탄소 배출, 소음 등 이웃에 주는 피해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말했다. (출처=CES 2022 기자회견 캡처)

조엘 하네만(Joel Honeyman) 두산밥캣 글로벌 부사장은 "산업용 차량과 장비는 약 8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며 "고객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 전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두산밥캣은 그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그의 말처럼 산업용 차량과 장비는 그동안 큰 변화를 하지 않았어요. 일반 승용차가 전기차로 바뀌고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한 것과는 대조적이죠. 두산밥캣은 산업용 장비가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환경 문제,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해요. 그 사례로 T7X 트랙터를 소개했어요.

T7X는 세계 최초 100% 전기로 작동하는 건설 장비에요. 유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 기존 내연기관 장비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건설 장비가 가지던 오랜 문제점인 소음도 해결했다고 해요. 기존 장비보다 발생하는 소음을 10분 1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하네만 부사장은 "T7X는 비효율적인 것을 효율적으로 바꾼 사례"라며 "이산화탄소 배출, 소음 등으로 이웃에 피해를 주는 장비의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진정 AI 도입 필요한 분야는 농업"...자미 히드먼 존디어 CTO

미국 농기계 전문업체인 존디어는 AI,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이 진정 필요한 곳은 농업이라고 강조했어요. 전 세계에 필요한 식량은 점점 늘고 있는데 농업 인력과 토지는 줄고 있기 때문에 기술로 그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지요.

자미 힌드먼(Jahmy Hindman) 존디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첨단기술 도입이 시급한 분야는 농업"이라며 "전 세계 인구 증가와 함께 식량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용 가능한 토지와 노동력은 줄고 있고, 기후변화 등 내재된 변수로 생산성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거 수작업으로 했던 농업에 기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듯, 새로운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지요. 그는 "현재 농부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특히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미 힌드먼 존디어 CTO는 "식량 수요 증가에 비해 노동력과 사용 가능한 토지가 부족한 농업에 첨단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CES 기자회견 캡처)
자미 힌드먼 존디어 CTO는 "식량 수요 증가에 비해 노동력과 사용 가능한 토지가 부족한 농업에 첨단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CES 기자회견 캡처)

존디어는 그 기술 중 하나로 완전 자율 트랙터를 상용화했다고 밝혔는데요. 경로를 설정하면 해당 토지에 자율적으로 작업을 하는 트랙터라고 해요. 사람은 트랙터에 탑승할 필요가 없고 스마트폰이나 PC로 확인만 하면 된답니다.

디애나 코버(Deanna Kovar) 존디어 부사장은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씨를 심는 최적 시기에 맞춰 작업해야 하므로 농부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며 "우리가 개발한 자율 트랙터는 이 업무를 대신해 농부가 다른 일에 집중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농부가 계속 트랙터를 타고 작업을 하지 않아도 돼 다른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트랙터는 지치지 않기 때문에 시기적절한 작업도 가능하고요. 기술 발전으로 고된 노동에서 사람이 어느정도 해방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AI와 IoT 결합, 엄청난 결과 불러올 것"...마이크 맨수에티 보쉬 사장

국내에 자동차 부품업체로 많이 알려진 독일 보쉬는 AI와 사물인터넷(AIoT)을 결합한 'AIoT'를 강조했어요. "AI와 IoT의 결합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보쉬는 이 신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지요.

보쉬는 자동차 부품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AI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마이크 맨수에티(Mike Mansuetti) 보쉬 북미법인 사장은 "보쉬는 AI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현재 미국, 독일, 인도, 이스라엘, 중국에 인공지능센터를 운영하며 200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지요.

맨수에티 보쉬 사장(왼쪽)은 "기업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룰 때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CES 기자회견 캡처)

그 결과물로 AIoT 기술로 개발한 어린이 폐를 진단하는 솔루션을 공개했어요. '오디오 AI'라고 지칭한 이 솔루션은 어린이의 폐 소리를 AI가 진단해 정상기준 수치와 차이가 있을 때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요. 

천식 등 어린이가 자주 걸리는 질병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보쉬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폐 검사 기능은 청진기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단 보쉬는 AI 기술개발은 좋지만, 윤리적인 행동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어요. 특히 데이터 활용에 책임감과 도덕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지요. 맨수에티 사장은 "기업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룰 때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기술 발전도 좋지만 이로 인해 발생 되는 경제적, 환경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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