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천재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논란 분분
음악사학자, 작곡가, 컴퓨터 과학자, 교향곡 10번 완성 위해 협력
바흐, 슈베르트 곡을 살려내는 시도 이미 한 바 있어...'딥 바흐' 호평 받아
“AI가 아직 예술가의 대체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화하지 않아”

(출처=셔터스톡)

음악가가 작곡하려면, 음악 이론을 토대로 화음, 멜로디, 장르, 사운드 등을 혼합해 곡조를 생각하고, 그에 따라 코드를 만드는데 AI 음악 프로그램도 작곡을 위해선 똑같은 훈련을 받아야 한다.

몇 가지 더해서, AI 곡에는 톤 애널라이저(tone analyzer)가 가사와 텍스트에서 인간의 감정이나 사회 분위기, 언어 스타일 등을 측정하고, 알케미 랭귀지(Alchemy Language)가 자연어 처리를 통해 텍스트에서 정서와 대상, 개념 등 더 세밀한 세부 사항을 추출해 입힌다.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인간 작곡가의 전체적인 편곡을 거치면, 대중이 좋아할 만한 곡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특징점을 향해 다가가는 인공지능은 과연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마지막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완성된 베토벤 10번 교향곡의 세계 초연 공연이 오는 9일에 열릴 것이라고 온라인 클래식 음악 사이트 유 디스커버 뮤직(uDiscover Music)이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이 글을 쓴 샤론 켈리(Sharon Kelly)에 따르면, 이 공연은 원래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4월 28일 본(Bonn)에서 열리는 ‘텔레콤 포럼’에서 디르크 카프탄(Dirk Kaftan)의 지휘 아래 베토벤 오케스트라 본(Beethoven Orchestra Bonn)이 연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인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죽기 직전에 그의 10번 교향곡 작업을 시작했다.

도이치 텔레콤은 마티아스 뢰더(Matthias Röder) 박사가 이끄는 국제 음악학자들과 인공지능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조직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완성할 가능성이 있는 버전을 만들었다.

과학적 지도와 감독을 제공하는 전문가 그룹에는 베토벤-하우스의 연구부장인 크리스틴 지게르트(Christine Geert) 박사가 있다. 지게르트 박사에 의하면 AI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를 포함한 베토벤에게 영향을 준 음악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작곡과 그의 10번 교향곡의 스케치들로 학습받았다.

도이치 텔레콤 이사회 의장인 팀 회트게스(Tim Höttges)는 “이 프로젝트는 인간과 AI의 협력이 어떠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며, “사람과 기계가 새로운 것을 창조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정말로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베토벤은 그의 시대에 살았으며, 그는 전쟁, 필요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랑과 공감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사회에서 살았다. 따라서 오늘날 어떤 기계도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 AI 기계는 음악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는 있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당면 주제인 시대정신까지 음악에 접목시킬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딥 바흐, 몇 분 만에 원곡 재현

지난 30일 컴퓨터 과학 기술 전문 매체 익스트림테크(Extremetech)에 작가 제시카 홀(Jessica Hall)은 “베토벤 교향곡 10번을 완성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구축한 과학자들”이란 제하의 글을 기고했다.

제시카 홀에 따르면, 아무도 베토벤이 죽었을 때,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가 끝내지 못한 작품에 대한 계획을 알지 못한다. 이에 음악사학자, 작곡가, 컴퓨터 과학자들이 작곡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완성하기 위해 협력했다.

베토벤은 10번 교향곡을 작곡하려고 했지만, 이 작품을 쓰자마자, 사망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제10번 교향곡은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었고, 배리 쿠퍼(Barry Cooper)라는 음악학자가 1980년대 후반에 교향곡 10번의 첫 악장을 조립했다.

더 나아가, 이 새로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악장을 완성하려고 시도했다.

제시카 홀은 “오래전부터 죽은 작곡가의 스타일로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있었다”며, 위대한 작곡가 바흐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AI 시스템‘ 딥 바흐’(DeepBach)가 바로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2016년 12월 26일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Interesting engineering)에는 ‘딥 바흐: 21세기 고전을 만드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란 제목으로 클래식 음악의 위대한 독일 작곡가 바흐를 구현해내는 딥 바흐에 관한 소개 기사가 실렸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골드베르크 변주곡, 미사 B 단조 등과 같은 걸출한 작품들을 남겼다. 이 작품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클래식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것들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바흐의 가장 큰 업적들을 단 몇 분 만에 재현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바로 딥 바흐다. 머신러닝을 채택한 이 알고리즘은 바흐의 흥미를 끌 만한 음악을 제작한다.

가탄 하데레스(Gatan Haderes)와 프랑수아 파셰(François Pasche)가 개발한 이 AI 시스템은 바흐 스타일의 다성 합창 음악을 18세기의 그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구성 능력을 선보였다.

플로우 머신(Flow Machines)은 음악 창작자의 창의성 확대를 목표로 하는 연구 개발 프로젝트다. 이 플로우 머신의 딥 러닝 알고리즘은 바흐의 음악 400장의 합창판을 사용해 훈련받았다.

이 기계가 바흐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다작곡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써, AI 시스템 딥 바흐는 오리지널 작곡가의 스타일과 리듬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그 다음, 사용자는 음표, 리듬 또는 운율 등을 적용해 멜로디를 다시 조화시킬 수 있었다.

옥스포드 대학의 머신러닝 부교수인 에리카 바그너(Erica Wagner)는 “창의성은 자동화하기에 가장 어려운 인간의 능력”이라며, “하지만 딥 바흐는 창조적인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천재성 완전히 복제될 수 없어

지난 2019년 12월 17일 고전 음악 전문 미디어 클래식 FM(Classic FM)에는 ‘인공지능으로 완성될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 이란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를 쓴 매디 쇼 로버츠(Maddy Shaw Roberts)는 클래식 FM의 저널리스트다.

매디 쇼 로버츠에 따르면,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인공지능에 의해 완성될 예정인 이 미완성 교향곡은 컴퓨터가 만드는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은 최근 슈베르트의 '완성되지 않은' 교향곡 8번을 완성하기 위해 사용됐고, 20세기의 존경받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n Gould)의 연주에 필적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환희의 송가’를 담은 이 교향곡 9번과 함께 10번 교향곡을 썼으나 10분의 1밖에 못 썼다는 증거가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불행하게도, 1827년에 이 독일 작곡가가 사망했을 때, 그는 그 교향곡의 초안과 노트만 남겼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악학자들과 프로그래머들로 구성된 한 팀은 베토벤의 ‘에로이카’ 교향곡과 같은 다른 작품들의 부분 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의 일부를 연주함으로써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나머지 부분은 인공지능이 즉흥적으로, 만들도록 남겨졌다고, 매트는 밝혔다.

이에 대해 프로젝트 리더이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연구소 소장 마티아스 뢰더(Matthias Roeder)는 프랑크푸르터 알게 마이네 손타그 차이퉁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기계도 그렇게 오랫동안 이것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독특하다”

“천재의 질은 완전히 복제될 수 없다”라고 본에 있는 베토벤 아카이브의 책임자이자 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사람 중 한 명인 크리스틴 지게르트(Christine Geert)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독일 방송사 도이체 벨레(Deuthe Belle)에 “저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가 베토벤의 현존하는 음악적인 부분들을 일관된 음악 흐름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것은 아주 어렵고, 만약 이 프로젝트가 그것을 해낼 수 있다면, 놀라운 성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인간 창의력에 필적 못 해

지난 2019년 5월 17일 브레이브 뉴워크스는 인공지능의 창의성을 다룬 특집 기사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두뇌 사이의 격차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AI가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천재성을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또 이 질문에 대해 “교향곡 원곡을 쓰는 것은 인간의 창의력 및 감정 등과 많은 관련이 있고, 우리는 인공지능이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기사에 따르면, 기술과 음악 그 창조의 역사는 최초의 전기 악기가 사용된 이후로 긴 관계를 맺고 있다. 얼마나 독창적일 수 있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노래는 추적되고 인식될 수 있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음악을 만드는 인공지능은 다른 인공지능 로봇과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그것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은 창조적인 슬럼프에 빠지거나, 지치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되지 않는다. 대신에, 데이터가 풍부해져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일하면 할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나아진다.

일례로, 미국의 작곡가 루카스 칸토어(Lucas Cantor)는 AI를 사용해 프란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중 하나를 완성했다. 그는 인공지능에 그가 찾을 수 있는 모든 슈베르트의 음악 데이터를 입력시킴으로써 이를 해냈다.

그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놔두고 출력하는 대로 사용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지만 칸토어는 여전히 혼자서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는 “AI가 아직 예술가의 대체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올바른 손에 쥐어진다면 꽤 유용할 수 있는 도구일뿐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기타나 피아노와 같은 악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음악가들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그것이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AI타임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5@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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