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무인매장, 백화점과 편의점 위주로 등장
더현대·세븐일레븐 매장 전체 무인화, 이마트24·CU는 AI 주류 판매기 도입
매장 출입부터 난항, 장년층·장애인은 사용 자체가 어려워
투자 대비 효과도 미지수...사람 손길이 더 많이 가기도 해

세븐일레븐이 롯데정보통신·딥브레인AI와 협업해 개장한  'DT 랩(Lab) 스토어'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세븐일레븐이 롯데정보통신·딥브레인AI와 협업해 개장한  'DT 랩(Lab) 스토어'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무인매장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편의점과 쇼핑몰은 올해부터 본격 AI를 탑재한 무인매장을 선보이며 현재까지 개발한 기술력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해 만든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를 올해 초 오픈했다. 매장에 직원이 없어도 방문객이 구매한 물건을 AI가 알고 정확히 결제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방문객이 매장 안에 있는 물건을 집고 그대로 나가기만 하면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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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도 이에 질세라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앞다퉈 선보였다. 이마트24는 8월 신세계아이앤씨와 함께 AI 기반 무인 주류 판매기를 도입했다. CU도 강원도 고성 R설악썬밸리리조트 매장에서 무인 주류 판매기 운영을 시작했다. 

이보다 앞선 5월, 경기도 성남시 현대지식산업센터 1층에는 AI 기반 무인 판매기 위주의 '아이스Go24(AISS Go24)' 편의점이 들어섰다. 이 편의점은 무인으로 주류·담배·음료·과자 등을 판매한다. 안면인식 기술로 사용자를 확인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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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은 최근 무인 주류판매기를 넘어 매장 자체를 무인으로 하는 'DT 랩(Lab) 스토어'를 롯데정보통신 건물 1층에 오픈했다. 이 편의점은 롯데정보통신·딥브레인AI 협업해 3D라이다, AI 결품 관리, AI 휴먼 등의 기술을 적용했다.

지금까지 등장한 무인매장 기술은 매장 자체를 AI로 무인화하는 언커먼스토어와 세븐일레븐, AI 주류 판매기 위주의 이마트24·CU·아이스Go24로 분류된다. 

이중 직접 방문한 곳은 언커먼스토어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아이스Go24다. 세부적으로 탑재된 기술을 하나하나 따지면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전체 시스템은 유사했다. 사용자는 매장에 입장 전 인증 절차를 확인해야 했고, 필요시 앱 설치를 해야 했다.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는 무게감지 센서와 AI 카메라가 추적·확인했다. 결제는 이미 등록한 신용카드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뤄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언커먼스토어,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 이마트24 AI 무인 주류 판매기, 아이스Go24 AI 무인 주류 판매기. (사진=김동원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언커먼스토어,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 이마트24 AI 무인 주류 판매기, 아이스Go24 AI 무인 주류 판매기. (사진=김동원 기자)

아직 기술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고 테스트 중인 매장도 있었지만, 직접 매장을 방문하고 상품을 구매해본 결과 피부로 와 닿는 한계가 있었다. 최종 소비자인 엔드유저(End User)를 위한 사용자 편의성이 부족했다. 비용 대비 실용성에 대한 의문도 남았다. 직접 상품을 구매해보며 신기한 점도 분명 있었지만, 무인매장 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 무인매장 이용 편하지 않다...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무인매장을 이용하면서 가장 큰 우려는 사용자 편의성이었다. 지금까지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과 PC, 노트북 등 전자제품이 사용자 편의성에 맞춰 개발된 것과 달리, 무인매장은 불편한 게 적지 않았다.

매장 입장부터 어려웠다. 언커먼스토어의 경우 현대백화점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야 했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출입자체가 불가했다.

주류자판기에서 맥주 한 캔 사 먹기도 힘들었다. 통신3사 패스(PASS) 앱을 설치하고 성인인증을 마쳐야 한다.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카드 인증과 카카오톡 인증, 안면인식 등 다양한 인증방법을 도입했지만, 시간이 걸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는 신용카드, L포인트, 카카오톡 등 다양한 인증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편의점 입장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진=김동원 기자)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는 신용카드, L포인트, 카카오톡, 안면인식 등 다양한 인증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편의점 입장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진=김동원 기자)

이 같은 불편함은 사람이 판매하는 유인매장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일반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구매하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류를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AI 기술이 적용된 무인 편의점에서는 매장에 입장하거나 자판기 문을 여는 데만 1분이 걸렸다.

그나마 스마트폰 앱에 익숙한 세대는 다행이다. 하지만 장년층이나 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에게는 맥주 한 캔, 담배 한 갑을 사기조차 어려워진 셈이다.

이마트24 무인 주류자판기에서 소주를 구매하려던 이모씨(62세)는 "냉장고를 다 잠그고 있으면 어떻게 술을 사라는 거냐"며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로 인해) 햄버거도 사 먹기도 힘들어진 마당에 소주도 못 사면 어쩌냐"고 하소연했다. 결국 그는 매장 직원이 도움을 받아 소주 두 병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마트24 AI 무인 주류 판매기는 사용할 줄 모르는 이들에겐 잠겨있는 냉장고에 불과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이마트24 AI 무인 주류 판매기는 사용할 줄 모르는 이들에겐 잠겨있는 냉장고에 불과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장애인에겐 문턱이 더 높다. 주류판매기에 달려있는 성인인증 장치의 위치가 높아 휠체어를 탄 사람은 인증자체가 어렵다. 언커먼스토어와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의 경우 입구가 좁아 휠체어를 탄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언커먼스토어(왼쪽)와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오른쪽) 입구는 휠체어가 지나가기 좁았다. (사진=김동원 기자)
언커먼스토어(왼쪽)와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오른쪽) 입구는 휠체어가 지나가기 좁았다. (사진=김동원 기자)

◆ 매장 구축하는 데만 투자비용 상당...점주도 반갑지 않다

무인매장은 소비자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점주 입장에선 좋을 수 있다.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고 24시간 매장을 운영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매장을 구축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AI 카메라와 무게감지 센서 등 고비용 투자가 많아서다. 무인매장이 작은 평수로 구축된 것도 이 영향이 크다. 매장이 크게 되면 그만큼 탑재되는 장치가 많아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커먼스토어의 매장 크기는 10평 남짓이었고,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는 이보다 작았다.

작은 평수에도 탑재되는 AI 카메라는 상당하다. 언커먼스토어 천장에는 40여 대의 AI 카메라가 장착돼있다.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 천장에도 30여 대의 카메라가 존재했다. 주류판매기도 마찬가지다. 이마트24에 설치된 주류 판매기에는 12개의 AI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AI 카메라는 제품의 이미지를 보고 어떤 제품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카메라다. 상품의 이미지를 데이터로 수집하고 분석해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고도화된 기술이 있는 만큼 일반 카메라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언커먼스토어(왼쪽) 천장에는 40여대 이상의 AI카메라가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에는 30여대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사진=김동원 기자)
언커먼스토어(왼쪽) 천장에는 40여대 이상의 AI카메라가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에는 30여대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사진=김동원 기자)

무게감지 센서는 선반마다 존재한다. 이 센서는 무게 변화를 읽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 알아내는 역할을 하므로 상품이 진열돼있는 곳에 반드시 필요하다. 언커먼스토어에는 150여 개 무게감지 센서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키오스크, 폐쇄회로(CC)TV, 안면인식 기술까지 설치하게 되면 매장 구축에만 상당한 비용이 투자된다. 물론 인건비가 덜 들기 때문에 추후 이 비용이 상쇄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AI 카메라와 무게감지 센서는 영원불멸한 존재가 아니다. 정해진 수명이 있다. 그만큼 추후 교체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배경한 고려대 스마트제조학과 교수는 "스마트팩토리에 탑재되는 센서의 수명은 보통 2~3년"이라고 밝혔다. 무게감지 센서 역시 이와 비슷한 주기로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한 비용만큼 수익이 날지도 미지수다. 언커먼스토어의 경우 한 번 입장할 때마다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10명으로 제한돼 있다. AI가 감지할 수 있는 인원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어 점주 입장에선 매출 확대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도 매장 방문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을 반복해야 한다.

◆ 무인매장인데 사람이 더 바쁘다?

무인매장이라고 사람 손길이 덜 가는 것도 아니다. 무인매장에는 같은 상품의 제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지 않다. 언커먼스토어에는 한 종류의 상품이 일반매장보다 적게 진열돼 있었고,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에는 종류별로 1개의 상품만 진열돼 있었다.

더현대 언커먼스토어에 진열된 상품의 수량은 적었다. 물건이 다 판매가 되면 결국 사람이 물건을 다시 채워 넣는 구조였다. (사진=김동원 기자)

물론 본격 무인매장 출시에 앞서 테스트 용도로 상품을 진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제품을 진열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비용 문제도 있다. 많은 제품을 진열대에 올려놓기 위해선 성능이 좋거나 많은 양의 무게감지 센서를 탑재해야 한다. 그만큼 투자되는 비용도 증가한다.

진열대에 많은 제품을 올려놓지 못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열대에 상품을 다시 올려놓는 일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의 경우 직원은 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에는 진열대의 1개의 상품만 전시가 돼 있었다. (사진=김동원 기자)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에는 진열대의 1개의 상품만 전시가 돼 있었다. (사진=김동원 기자)

무인매장에 있는 직원은 일반매장 직원보다 더 바빠 보였다. 언커먼스토어에서 안내 역할을 하는 직원은 방문하는 사람마다 어떤 앱을 설치해야 하고, 어떻게 출입해야 하는지 설명하느라 바빴다. 고객으로부터 "꼭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하냐"는 등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세븐일레븐 DT 랩 스토어 직원도 무인매장을 안내하는 설명과 함께 무인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소비자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주류자판기가 있는 아이스Go24 직원도 어떻게 판매기를 이용하는지 반복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언커먼스토어에 방문한 한 고객은 "무인매장이라고 해서 와봤더니 결국 직원이 있어 실망했다"면서 "무인매장은 이용하기 어렵고, 특히 세대별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도 달라 완전히 보급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염려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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