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세돌과 알파고' 이후 5년 남짓, 인공지능은 낯설고 새로운 미래가 아닌 이미 익숙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가전제품에서부터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간단한 온라인 상거래부터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우리 삶과 세상에 물처럼 스며들고 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방법은 변화를 쫒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에  AI타임스는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인공지능의 현재를 톺아봄으로써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수동적 변화가 아닌 능동적 혁신으로 이끌 수 있는 길찾기의 하나로 ‘인공지능백서 2021-AI와 우리사회의 변화’ 특집기획을 연재한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가 지난해 10월 6일 자사 개발자 이벤트인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October 2020’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엄청난 확신에 찬 표정으로 “The Metaverse is Coming!” 이라는 인상깊은 말을 남겼다. 그 날을 기점으로 국내 경제 분야 화두에는 메타버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는 왜 뜬금없이 메타버스를 외쳤을까? 본 기고문의 스마트 팩토리와 AI는 또 무슨 관련이 있을까?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스마트 팩토리와 AI

스마트 팩토리는 먼저 공장 자동화에서 시작되었다. 즉, 공장 내 설비와 기계에 센서(IoT)가 설치되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되어 공장내 상황들이 일목요연하게 보여지고(observability), 이를 분석해서 목적된 바에 따라 스스로 제어되는 공장을 말한다. 기존에 단위공정별로만 자동화 및 최적화가 이루어졌던 공장 자동화 대비 각 공정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각 공정을 모니터링 할 수있는 센서로 대표되는 카메라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컴퓨터 비전 기반의 판단과 제어가 수반되는 AI기술일 것이다.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각 공장에서 수집된 수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이터 기반의 공장 운영체계(data driven operation)를 갖추면,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공장의 자동화와 더불어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까지 구현되어야 스마트 팩토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정도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으며, 현시점에서 무리없이 구현 가능한 기술이다.

(출처=셔터스톡)

스마트 팩토리를 한걸음만 더 전진시켜 보자. 제품설계 도구인 CAD/CAE 등을 포함하는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제품 수명 주기 관리) 솔루션, 시제품 생산을 가상으로 만들어보고 빠르게 실물 확인이 가능한 3D 프린터, 가상과 실재의 연동 및 가상공간 내 실환경 수준 검토가 가능한 물리 시뮬레이션 시스템, 제조 프로세스 분석을 위한 공정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통합기술들이 디지털화를 이루고 있다.

가상에서 공정 라인을 시뮬레이션하고, 발생 가능한 오류를 선제적으로 도출하여 이를 자체 피드백으로 보완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 데이터들을 반복하여 생성하면 AI 빅데이터 학습을 가상 데이터 기반으로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포스코케미컬이 국책과제로 수행중인 이차전지 소재(양극재, 음극재)에 대한 파일럿 공장의 가상화 및 제조 설비에 대한 디지털 운영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성 효율화의 가능성을 2020년 부터 실증 중이다.

엔비디아와 AI, 그리고 메타버스

한편, 엔비디아는 25년 전에 GPU(Graphic Processing Unit·그래픽처리장치)를 처음 세상에 선보이고 시장을 끌어온 기업이다. 엔비디아의 GPU는 당초 게임용 그래픽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연산 능력이 높은 GPU를 데이터센터용으로 전용(轉用)하면서 데이터센터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행보는 모두가 코로나로 위협을 받던 ‘20년 상반기에 공격적으로 두개의 회사(멜라녹스(Mellanox) 인수 4월과 큐물러스 네트웍스(Cumulus Networks) 인수 6월)를 인수합병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AI가 있다.

본 고의 주제어 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은 수많은 인공 신경망을 이용하는 기계학습이다. 기본적으로, 인공 신경망을 수행하려면 단순 연산이 수없이 반복되어야 하는데, 단순 연산의 반복 처리는 GPU가 CPU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 점을 착안한 엔비디아는 GPU외에, GPU기반의 AI 개발 플랫폼까지 세트로 구성하여, 엔터프라이즈 AI 서버를 구축해 주거나 구독 서비스 형태로 사업화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플랫폼으로 AI시대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은 시뮬레이션·협업을 위한 엔비디아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메타버스로 소개했다. 이것이 엔비디아가 제안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가상 공간인 샘이다. 가상 공간이지만, 실제 물리법칙을 따르도록 설계하였고, 여타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생태계인 다른 가상 공간과도 연결할 수 있는 호환성을 가졌다. 실제로 엔비디아에서 주장하는 산업용 메타버스인 옴니버스를 사용하면, 디자이너, 예술가, 크리에이터, 심지어 AI도 다른 도구들을 사용해 다른 세계를 하나의 공통된 세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

옴니버스가 노리는 시장인 가상 및 현실 확장 기반의 스마트팩토리는 ‘19년 188억 달러에서 ’30년 6,344억 달러로 폭발적 시장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PWC, ‘19.11). 스마트 팩토리 중 3D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단일 솔루션에 대해서는 ‘18년 12억 달러에서 ‘30년 26.2억 달러로 적지않은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공).

이러한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실시간 XR 원격 협업 및 3D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 를 유료서비스로 ‘21년 6월 출시하였다. 이를 이용한 스마트팩토리 중 스웨덴 통신사 ERICSSON은 5G 전파가 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단점을 고려하기 위해 실제 거리의 건물, 도로 등의 환경을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하여 어느 장소에 5G 중계기를 설치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통신이 되는지 시뮬레이션후 설치 판매하고 있다.

옴니버스 및 CloudXR 서비스 개요도 (엔비디아 제공 내용 변형됨)
옴니버스 및 CloudXR 서비스 개요도 (엔비디아 제공 내용 변형됨)
· 실제 지형을 반영한 5G 신호 전파 시뮬레이션
· 실제 지형을 반영한 5G 신호 전파 시뮬레이션

끝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하던 AI 스마트 팩토리는 실시간 원격 협업은 물론, 시각 기반의 디지털트윈 구현까지 가능한 형태로 확대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현실과 시각적·물리적으로 동일한 3D 가상세계를 구축하여 최적의 생산을 위한 프로세스 도출 등으로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실세계의 물리법칙을 학습한 가상공간 물리 엔진과 AI 도입으로 제품의 출시 혹은 실사용전, 물리적 환경을 고려한 先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국내의 경우, 물리엔진은 자연스러운 CG 영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혹은 게임의 실시간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위해 각 제작사들의 노하우로 일부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스마트 팩토리로의 활용된 예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현재 AI 및 메타버스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타 분야와 합종연횡(合從連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은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원희 전문위원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인지과학 분야에서 시각 시스템 모델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 종합기술원에서 십 수 년간 카메라 및 디스플레이에 관한 다양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DMC 연구소와 무선사업부에서 선행 디스플레이 분야 랩장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XR 및 메타버스 분야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 기술자문 및 전문 개인투자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메타버스/XR 디바이스 분야 및 산업 전망에 대해 강연 및 기술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원희 wonhee.choe@nipa.kr  

<인공지능백서 2021-AI와 우리사회의 변화>특집 칼럼

[양지열 칼럼] 인공지능(AI) 판사는 정의로울까?

키워드 관련기사
  • 딥브레인AI, 최상위 국제 학술대회서 논문 2편 채택...딥페이크·음성인식 주제
  • 메타버스, 도시와 농촌을 메이크업(화장)하다
  • 구직자 관점에서 바라본 AI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