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면 채널 활용하는 GAA, 3면 활용하는 핀펫보다 전력 효율 높아
나승주 인텔 상무 "GAA는 기존 방식보다 소비 전력 훨씬 낮춰"
삼성전자·TSMC·인텔, 파운드리 공정에 GAA 적용 앞둬
탄소배출 주범으로 지적받는 AI, GAA 공정 적용 칩으로 상황 좋아질 것

AI 연산에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 문제가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진화로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셔터스톡)

인공지능(AI) 발전의 방해요소인 탄소배출 문제가 파운드리 차세대 공정으로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업체가 적용을 앞두고 있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 GAA)' 기술이 반도체 구동에 필요한 전력 소비를 크게 낮출 수 있어서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모두 둘러쌓는 방식이다.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전압이 가해지는 게이트를 통해 동작한다. 이때 채널과 게이트가 닿는 면이 클수록 반도체 성능이 올라간다. 초기에는 평판 트랜지스터로 게이트와 채널이 하나의 평면에서 만드는 구조였다. 이때 구현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크기는 20나노가 한계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는 3면으로 활용하는 '핀펫(FinFET)' 기술이 반도체 생산에 쓰이고 있다. 핀펫 기술 도입으로 10나노 미만 크기의 트랜지스터 생산이 가능해졌다. GAA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4면을 활용하는 구조다. 그만큼 채널과 게이트가 닿는 면이 늘어 더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성능은 좋아지고, 적은 전력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는 10일 열린 인텔 테크 토크 행사에서 "인텔이 적용을 앞두고 있는 '리본펫(RibbonFET, 인텔의 GAA 공정 자체 네이밍)'은 기존 핀펫보다 더 낮은 트랜지스터로 구동해 소비 전력을 훨씬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빨간색 동그라미를 보면 GAA 공정인 리본펫의 동그라미 높이가 핀펫 동그라미 높이와 같지만, 훨씬 왼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가로축은 전력 소모를 의미한다. 그만큼 GAA는 핀펫 구조보다 적은 전력으로 같은 성능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인텔 행사 캡처)

인텔은 리본펫을 2024년 생산되는 '인텔 20A' 모델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20A는 인텔이 새로 내세운 노드명이다. A는 나노미터보다 작은 단위인 '옹스트롬'을 의미한다. 20A를 나노미터로 변환하면 2나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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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TSMC도 GAA 적용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29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GAA를 적용한 3나노 1세대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에는 GAA를 적용한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을 목표로 공정 개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승훈 삼성전자 파운드리 마케팅팀 전무는 3나노 "GAA 1세대 공정의 경우 현재 주요 고객사와 제품 설계를 진행 중"이라며 "3나노 2세대 GAA 공정은 공정 개발, 제조, 인프라 역량 혁신으로 GAA 공정에서의 삼성의 리더십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TSMC는 2나노 공정부터 GAA를 도입한다. 양산은 2023년이나 2024년 정도로 예상된다.

전력 효율이 높은 GAA 공정 도입은 AI 업계엔 호재다. AI 연산에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서다.

AI는 그동안 많은 전력 소모로 탄소배출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엠마 스트루벨(Emma Strubell)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2019년 6월 발표한 논문에서 자연어 처리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약 284톤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천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기로 290번 왕복했을 때 발생하는 양과 같다. 

버지니아 디그넘(Virginia Dignum)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는 'AI의 환경 발자국' 논문을 통해 AI를 이용할수록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성 인식 앱이나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콘텐츠를 알려주는 알고리즘조차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3대 반도체 회사 중 하나로 불리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게리 디커슨 (Gary Dickerson)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열린 세미콘코리아 기조연설에서 "AI 데이터센터를 현재 기술로 구축하면 2025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15%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게 된다"면서 "AI가 많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양도 늘어 환경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가 사용하는 데이터양은 계속 증가해 2030년 이후에는 AI가 생산하는 데이터양이 인간이 생산하는 양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AI 기술 발전이 지구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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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소모가 적은 GAA 공정이 상용화되면 AI 연산에 소모되는 전력 소모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AI에 사용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반도체는 모두 파운드리에서 생산된다. 파운드리에서 전력 소모가 적은 GAA 공정을 적용해 해당 칩들을 생산하면 그만큼 AI 연산에 발생하는 전력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나승주 상무는 "GAA는 핀펫보다 훨씬 낮은 전압으로 구동된다"며 "단순히 전류가 훨씬 개선된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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