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인공지능 SW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승리하자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열풍이 일어났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우리나라 기술 수준, 특히, 정부 정책의 빈곤을 질책하는 소리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정부도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주요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었다. 2012년부터 기획하여 2013년에 시작한 엑소브레인 과제, 2014년 시작한 딥뷰 과제가 수행 중이었고, 2015년에는 인공지능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를 분석하는 엑소브레인과 인간의 시각을 분석하는 딥뷰 과제는, 정부가 SW분야의 대표적인 高비용, 高위험 분야인 인공지능 SW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인식하고 국가 및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2012년부터 기획되었다. 당시에 IBM의 '왓슨'이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기고 애플이 '시리'를 출시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 투자를 시작한 것이었다.

엑소브레인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바깥을 뜻하는 엑소와 두뇌를 합쳐서 바깥에 있는 두뇌 즉 인공지능을 나타내는 것이며, 인간의 언어를 심층 분석하여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전문가 수준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인공지능 SW 개발을 목표로 10년간 연구하는 장기 과제로 시작되었다.

당시는 딥러닝 기술의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는 시기이며, 미국의 Big Data R&D Initiative 프로그램, EU의 Human Brain 프로젝트, 일본의 토다이 프로젝트(동경대 입시 합격 가능한 AI 기술개발, 2018년 공식적으로 포기) 등이 10년 장기 과제로 시작되는 시기였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2013년 5월부터 시작된 엑소브레인 과제는 ETRI를 비롯하여 KAIST, 포항공대, ㈜솔트룩스 등 26개의 연구기관과 연인원 36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과제로 시작되었다. 1단계 핵심기술 개발, 2단계 응용기술 개발, 3단계 글로벌 기술 개발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총괄과제와 4개의 세부과제로 구성하여 출발하였다.

과제 초기에 연구진의 최대 고민은 1단계 핵심기술 개발의 성공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개별 기술의 성능을 논문이나 SW 등으로 보여주는 방법, 전체 과제 결과를 묶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여주는 방법 중 많은 논의를 거쳐 후자로 결정한 후, 다시 한번 어떤 시스템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였다. 당시에 제안된 시스템 종류로는 시험 합격(일본 토다이 프로젝트와 같은 대학입시, 의사 시험, 행정고시나 사법고시와 같은 국가고시 등), 애플 시리와 같은 질의응답 시스템, IBM 왓슨과 같은 퀴즈 대회 우승 등이 고려되었다.

1년 이상 논의를 거쳐, 2단계 3단계에도 사용될 수 있는 기술 및 지식 축적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된 퀴즈 분야로 결정되었다. 퀴즈 분야 중에서 최종적으로 장학퀴즈를 선택하기까지 또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특히, 기술적인 문제로 리얼타임을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가, 이미지/동영상/음성/음향 등의 멀티미디어 지식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었고, 마침내 2차년도가 끝나는 즈음에 1단계 종료 시점의 과제 성공 여부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12월에 개최된 장학퀴즈에 출전해 주어진 문장 속 질문을 이해하고 정답을 추론하면서 인간 챔피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해 국산 AI 자주권을 확보하면서도 기술력을 여실히 검증받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한국어 딥러닝 언어모델(KorBERT)을 개발/보급하여 현재 학계 및 산업계의 주요 언어모델로 자리매김 하였고, 엑소브레인 핵심 기술을 오픈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보급하여 우리나라 AI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API는 2017년 개통 후 지금까지 전국의 1,500여개 기관에서 3,700만 건이나 활용되면서 AI비서, 챗봇 등 언어처리 분야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구하는데 핵심 밑바탕이 되었다. 또한 ㈜한글과컴퓨터, 국회도서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마인즈랩, 미래에셋대우 등 ETRI 기술의 수요 기관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ETRI에서 개발한 기술이 수요 기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2013년 시작된 엑소브레인 10년 과제도 이제 어느덧 1년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2010년 정도에 새롭게 시작된 세계적인 인공지능 붐이 이제 10년이 지나면서 모든 산업에 융합되고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 기술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엑소브레인 과제 초기에 계획한 연구목표, 그동안의 연구 성과, 장학퀴즈 우승에 얽힌 이야기 등을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포스트 딥러닝 시대 준비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박상규 박사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전자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지능정보연구본부장, SW기반기술연구본부장,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인공지능 음성/언어처리 기술 분야 전문가로, 지능형 지식마이닝 기술(엑소브레인) 개발, 다국어 자동통번역 기술(지니톡) 등을 총괄했다. 2015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비롯 국무총리, 정보통신부,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상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parksk@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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