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논란, 사람의 불완전성에 대한 원망과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 떠올려
센서와 컴퓨터 비전으로 심판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 늘어나
AI, 인간 대체가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함 극복 도구

[편집자주]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한다. 스포츠를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고 공동의 감정을 나누어 가진다. 테크놀러지는 이러한 스포츠의 생동감을 더 잘 살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더욱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도구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스포츠 환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다. 또, 잘못된 심판 판정도 줄어들고, 선수 훈련도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스포츠를 더 정교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AI가 있는’ 스포츠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사진=셔터스톡)

스포츠에서 잊을만 하면 한번씩 튀어나오는 오심 논란은 승패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판정과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누구에게도 쉽사리 위로가 되는 말은 아니다. 판정이 경기의 일부라는 이야기는 심판도 함께 호흡하고 경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제 3의 선수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심판의 치명적인 실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흔들어 놓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책임 만큼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의 불완전성에 대한 원망과 함께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을 되뇌이게 된다.

실제로 스포츠에는 이미 많은 첨단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고, 이를 통해 선수들의 역량이 높아지고 있고, 많은 경기에서 1만 분의 1초, 0.1mm가 결과를 가름짓는 일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연히 논란이 되는 판정에 대해서도 기술적인 도움이 따르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초고속 카메라는 속도 경기에 도입되면서 초당 20만 프레임을 찍어내기도 하고 야구와 축구 경기에는 예민한 판정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찍은 비디오 판독을 공식 규정으로 넣기도 한다.

심판들끼리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다양하게 발전해서 다각도로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도록 장치들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기술이 경기의 정확도를 높이고, 문화적으로도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오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로봇 심판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관련 기술들은 활발하게 시험되고, 일부는 실제 경기에 도입되기도 한다. 이 기술들에 스포츠 경기에 대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딥러닝을 녹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에서 가장 예민한 투구볼 판정에 로봇 심판을 시범 도입했다. 카메라 3대로 공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읽어낸다.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은 일정한 기준이 아니라 타석에 서는 타자에 따라서 바뀌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로봇 심판은 머신러닝으로 정확한 스트라이크 존을 그리고, 공의 궤적을 읽어들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높다.

볼 판정 결과는 이어폰을 통해 주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심판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 판정의 결정권을 갖게 된다. 로봇 심판의 판정은 심판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도구로 쓰이는 셈이다. KBO는 2020년 2군 경기에 로봇 심판을 도입해 올해 계속해서 시험을 하는 중이고, 1군 프로야구까지 넓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공지능이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기술은 프로페셔널 스포츠 외에 일상 운동 영역으로도 들어오고 있다. 스윙비전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카메라를 이용해 테니스장을 읽어내는 앱이다.

스윙비전은 카메라 비전으로 사람의 관절을 인식해 정확한 스윙 방법과 자세 교정을 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기기의 카메라와 프로세서 성능이 높아지고 카메라 비전 정보가 움직임을 더 정확히 읽어낼 수 있게 되면서 경기장 전체의 맥락을 읽어낼 수 있게 됐다.

기기를 테니스 경기장 전체가 보이도록 세워두기만 하면 스윙비전은 선수들의 움직임과 공의 궤적을 읽어들여 판정을 내린다. 아예 시리의 목소리를 통해 곧바로 점수를 목소리로 말해주기도 한다. 정확도가 높아서 공이 떨어진 지점까지 정확히 알아내고 판정이 예민한 라인에 떨어진 공도 판단한다. 판정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아마추어들도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심판의 판정 논란이 집중되는 것은 역시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수많은 경기를 치르는 올림픽을 떼어 놓을 수 없다. 국제 체조연맹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 점수 채점을 돕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사실 체조 경기,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올림픽에서의 체조는 판정의 공정성이 늘 의심을 사 왔다. 실제로도 공정성을 이유로 체조나 피겨 스케이팅 같은 종목에서 점수 평가는 최고점과 최저점을 빼고 매기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어쩔 수 없는 편견의 요소를 씻어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국 선수, 혹은 예민한 관계에 있는 국가의 선수가 내는 점수가 똑같이 나올지에 대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감명 깊은 경기를 했던 유명한 선수에 대한 편견도 있을 수 있고, 심사위원들의 집중력과 선수들의 경기 순서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심판의 역할이 잘잘못을 가리는 경우도 있지만 체조나 피겨 스케이트 경기처럼 동작을 분석하고, 해당 기술에 대해 점수와 감점을 판단하는 평가는 사실 인공지능으로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야다. 사람의 관절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쓰여 왔다.

카메라를 이용해 춤 동작을 읽어 점수를 매기는 것은 ‘저스트 댄스’ 같은 게임은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이어갈 만큼 인기가 높고, 골프 스윙의 정확도를 분석하는 골프픽스 등의 앱이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에 녹아 있다. 체조 경기의 동작 분석이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평가의 기준을 세우고, 판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이처럼 갖가지 센서와 컴퓨터 비전을 통해 기술적으로는 심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들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예민하지 않은 경기를 비롯해 전문 심판 없이 가볍게 이뤄지는 일상의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더 나은 경험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로봇 심판, 인공지능 심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심판의 역할은 판정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스포츠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고 호흡하면서 경기를 이끌어 가는 참여자 역할을 한다. 심판들 역시 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지속적인 훈련과 공부를 이어간다.

심판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불완전성, 컨디션에 따른 기복과 불가피하게 정확히 인지할 수 없는 상황, 혹은 갖가지 편견과 관계에서 오는 혼란을 씻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이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낸다고 해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의심의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판정은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의료 분야의 AI가 진단을 맡으면서 의사에게 치료라는 의사의 본질적 역할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처럼 심판의 역할 역시 AI로 기록과 점수 측정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경기 운영이라는 본질을 통해 인공지능이 따르지 못하는 전문성을 이전보다 더 크게 드러내는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다. 현재 AI의 기술적 방향성 중 하나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도구에 있다. 그리고 스포츠와 심판의 관계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AI타임스 최호섭 기자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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