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이전의 교육

18세기~20세기 초 증기기관, 기계, 전기가 사용되기 시작하며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를 우리는 1, 2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기존의 농사와 가내 수공업은 빠르게 공장으로 대체되고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산된 제품들은 높은 품질을 가지면서도 저렴했기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될 수 있었다. 즉, 만들면 팔리는 축복받은 시장 속에서 사회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러한 시대의 교육은 정해진 시간에 많은 제품을 실수없이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고, 최소한의 글을 읽는 능력과 분업화에 맞는 직무능력을 가르치는 것으로도 그 역할이 충분했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잘 받아들이면 우수한 학생이 되는 시기였고, 질문, 토론, 창의성과 같은 쌍방향, 능동적인 행동은 필요가 없었다.

이 시기 교육의 또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배워야 하는 내용의 변화 속도가 매우 느렸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배웠던 최소한의 직무 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여러분들이 어려서부터 배워왔던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100년전에 배웠던 피타고라스 정리와 지금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피타고라스 정리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 시대의 교육은 선생님이 지식을 학생에게 가르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외우는 주입식 교육이 적합했다. 그리고, 제조와 중화학공업 위주의 성장을 이루어 온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수동적 교육 방식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혁명이 필요하다

이제는 생산량이 소비량을 증가할만큼 풍족한 시대이다. 이미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재는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낸다고 해서 그것이 팔리는 시장이 아니다. 시장의 니즈는 세분화되고,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변했다. 이에 따라 제품은 보다 정교해지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 market fit)을 찾아내서 차별화 한 기업만 살아남는 시기가 되었다.

붕어빵 찍듯 가르쳐왔던 기존의 수동적 교육 방식으로는 물질적 풍요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인사이트, 새로운 제품을 생각해내는 창의성 등 기존의 교육이 가르치지 못했던 부분에서의 배움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는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은 그 배움의 필요를 보다 가속화시킨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해오던 업무의 상당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고,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사람들이 예견한다. 이미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충분한 생산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차례 더 큰 풍요의 폭풍이 몰아칠 기세다. 이제는 산업 뿐 아니라 교육에서의 혁명도 더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

강의식 전통적 교육 방법의 종말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했을 때 얼마나 머릿속에 오래 기억이 남는지를 분석해서 시각화한 학습 피라미드를 살펴보자. 강의식 수업듣기는 5%,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10%의 학습 효율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집단 토의, 연습, 가르치기는 50~90% 수준으로 그 배움의 효과가 매우 크다. 수동적인 학습에 비해 능동적 참여의 학습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능동적 학습은 사실 학습효율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창의성과 개인화의 관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학생들은 토론을 하면서 본인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비교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자기만의 길을 설계하는 능력을 배운다. 능동적 학습은 이렇게 보다 진보된 학습의 개인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렇게 배운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면서 지식을 서로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느낀다. 동료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닌, 상생해야 할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친구들은 학습 커뮤니티를 이루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지식의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학교에서 메이커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선생님들이 정말 메이커, 코딩, 인공지능 등 지식의 변화 속도에 맞추어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법은 이제 토론, 연습, 서로 가르치기 등 능동적인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선생님의 역할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생님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수많은 지식들을 선별해서 토론할 주제를 제시할 수 있는 큐레이터이면서,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능동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토론을 이끌어 나가는 퍼실리테이터이어야 한다.

AI 교육 기회의 평등 : 그 출발점은 강사가 없는 학교

인공지능은 왜 잘되는지 어떤 알고리즘이 가장 좋은지 아직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기술이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방법이 사실은 아니었다고 증명되기도 하고, 작년에 정말 뛰어난 성능의 기술이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올해 이전 기술을 비웃듯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더 높은 성능의 기술이 나오곤 한다. 이렇게 빠른 지식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강사가 모든 걸 알고 있을 수 없으며, 알고 있더라도 인공지능을 강의형태로 그 지식을 나누는 교육은 적합하지 않다.

첫 번째 문제는 높은 교육비용이다. 인공지능 강사의 경우 강의 비용이 다른 과목에 비해서 현저히 비싸다. 하지만 강사 1인당 가르칠 수 있는 학생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물론 조교를 활용하여 인원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그것마저도 한계는 자명하다. 따라서 많은 수의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육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두 번째 문제는 아무리 높은 강사비용을 제시하더라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는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서울 인근에 모여있으며 2~4시간 내외의 단기 교육이 아닌 이상 강의를 위해 타지역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 AI 리터러시 컬럼 1부 : 서울에만 몰려있는 인공지능 교육에서는 AI 리터러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에 AI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여 지역의 청년들에게도 양질의 인공지능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의식 교육은 강사를 구할 수 없는 지역의 AI 교육 기회를 박탈하여 더욱 지역 간 격차를 발생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강사가 없는 AI 교육이 가능할까? 잘 설계된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 컨텐츠, 동료와 함께 질문하고 답하면서 지식을 늘려나가는 거꾸로 학습,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습 커뮤니티, 강사가 아닌 퍼실리테이터로 구성된 교육 스태프, 퍼실리테이터가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학습관리시스템 등 기존의 교육의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설계해 나간다면 누구나 인공지능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혁명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 AI혁신학교 아이펠(AIFFEL)설립자 si.kim@modulabs.co.kr 

[김승일 칼럼] AI 리터러시 (1) : 서울에만 몰려있는 인공지능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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