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승기, 편안함과 막연한 불안함 공존...일주일뒤 사고나
웨이모, 20개월 610만 마일 달려...18건 사고, 대부분 사고당한 쪽 가까워
자율주행차 사고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AI에 대한 불안감
기술발전보다 자율주행 안전성에 대해서 공감이 필요한 시점

[편집자주] 자율주행차가 시범운행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 국에서 자율주행차는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 사고도 여러 차례 발생해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누가 책임질 것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이런 사고가 나지 않게 하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많이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가야 할 길로 명확해진 자율주행과 자율주행차에 대해서 잠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버 자율주행차(사진=최호섭 기자)
우버 자율주행차(사진=최호섭 기자)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차량은 과연 언제쯤 우리 일상으로 다가올까? 불과 5년 전만 해도 많은 기업들이 2021~2022년 정도면 아예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의 발전은 빨랐고, 시험 차량들도 실제 도로에서도 큰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운전을 해 냈다.

물론 크고 작은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테슬라의 사고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테슬라의 FSD 옵션은 아직 완전 자율주행보다는 다소 적극적인 수준의 주행 보조 장치에 가깝다. 변수가 적은 도로에서 언제든 운전자가 운전대를 이어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도 운전석에서 잠을 자다가 사고를 내거나, 아예 운전석을 비운 채로 충돌 사고가 일어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사고로 맞닥뜨린 현실, ‘인공지능의 공포’

하지만 몇 가지 사고가 일어나면서 자율주행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냉각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피부로 와 닿았던 사건은 2018년 우버의 보행자 사망사고였다. 사실 이 직전까지는 자율주행 기술은 몇 달이 멀다 할 정도로 빠른 걸음을 걸었고, 우버를 비롯해 웨이모 등의 기업들은 일반 시민들을 태우는 무인 택시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운좋게도 2018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실제 도로를 달리는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을 타 볼 기회를 얻었고, 뒷자리에 앉아 이 차량이 도로를 어떻게 읽어내고, 어떻게 안전하게 달리는지를 경험했다. 이전의 제한된 장소에서 달리는 차량과 실제 도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고, 잠시 동안의 주행 사이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나타났다.

하지만 우버의 차량은 아주 매끄럽게 문제들을 해결했다. 비보호 좌회전에서 마주오는 차들을 피해 안전하게 경로를 따라 갔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의 움직임도 미리 예측해서 적절히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당연히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스쿨버스 등의 기본적인 도로 규칙도 잘 지켜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긴 했지만 출발과 목적이인 주차장을 드나드는 것 이외에는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잠깐 동안의 시승을 마친 뒤의 기분은 편안함과 안전하다는 긍정적인 부분과, 아주 막연하고 이유 없는 불안함이었다. 이는 실제 차량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운전은 당연히 사람이 고도의 집중을 쏟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과, 차량 시스템의 고장, 먹통, 해킹 등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시연은 완벽했고, 지나친 걱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승을 마치고 돌아온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 차량은 사람을 들이 받았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 어두운 옷을 모자까지 뒤집어 쓰고 무단횡단을 하던 사람을 그대로 치어버린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 등장 이후 처음 일어난 보행자 사망 사건이었기에 그 충격은 컸다. 그리고 ‘자율주행 차량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이 본격적으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자율주행 기술은 기대에서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우버 자율주행차 (사진=최호섭 기자)
우버 자율주행차 (사진=최호섭 기자)

여전히 안전이 주 목적

안타까운 사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운전했다고 해도 사실상 운전자의 과실을 따져 묻기 어려울 만큼 돌발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기대는 더 컸고, 그 중에서도 보행자를 식별하지 못해 달리던 속도 그대로 충돌한 사고는 꽤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사람의 눈은 어둠 속에서 기능이 부쩍 떨어질 수 있지만 차량에 달려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비롯해 라이다, 레이더는 낮과 밤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사물을 파악할 수 있는데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이 사고 이후 우버는 자율주행 차량의 우버 서비스를 중단했고, 아직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FSD(Full self driving)라고 부르는데, 기술적으로 차량에 제어를 완전히 맡길 수 있는 수준이라기보다는 고도화된 주행 보조 장치의 의미가 조금 더 크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붙인 FSD라는 기술 이름에 대해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가장 진보된 자율주행 기술도 사람의 도움 없이 도로를 혼자 달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차량은 불완전하고, 인간을 해칠 가능성이 높을까? 데이터로는 그렇지 않다. 3년이 지났지만 우버의 사고 이후로 아직까지 자율주행 차량이 직접적으로 사람을 치어서 다치게 한 사고는 없다. 여전히 사고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자율주행 차량에 거는 기대가 크다. 웨이모는 20개월동안 610만 마일, 약 1천만 킬로미터를 달렸고, 18건의 사고가 났지만 대부분 웨이모가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는 왜 심각하게 받아들여질까? 컴퓨터에 대한,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감이다.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는 “매년 미국에서 3만5천 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데, 자율주행 차량이 이를 1만명으로 줄여도 사람들은 이 기술의 대중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고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공포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암논 샤슈아 CEO는 “사고를 현재의 1천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모빌아이는 2017년, 자율 주행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 되는 ‘RSS(Responsibility Sensitive Safety, 책임 민감성 안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RSS는 수학적인 모델로, 도로에서 차량이 마주하게 되는 물리적인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수식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모빌아이는 이 RSS를 기반으로 사고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의 상용화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해진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당장 모빌아이가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 바로 안전을 목적으로 한 주행 보조 기능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그 무엇보다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발전의 여지가 더 많다. 지금 필요한 부분은 기술의 발전보다, 자율주행의 안전성에 대해서 공감을 사고 안전을 바탕으로 서서히 사람의 할 일을 넘겨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는 하루 아침에 나오지도 않고, 세상이 이를 단숨에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사람을 돌아봐야 하는 단계인 셈이다.

AI타임스 최호섭 객원기자 work.hs.choi@gmail.com 

[스페셜리포트]②자율주행 센서를 바라보는 기술, 달라지는 흐름

[스페셜 리포트]③자율주행차, 어떤 사고가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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