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움직임 그대로 학습한 AI를 로봇에 적용...미세한 기능 수행
소금쟁이·무당벌레에 이어 인간 신체 부위 모방한 AI 로봇 개발
ICLR 2021 키노트 발표...최초 발성 보조 로봇 ‘엑소 앱스’ 공개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사진=서울대)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사진=서울대)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 뇌 신경망에 착안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의 경우에는 어떨까? 로봇도 인간과 동물 움직임을 학습해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까?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동물과 인간 움직임을 모방하는 새로운 AI 로봇 학습 방식을 제시한다. 동물 움직임을 모델링하는 과정을 딥러닝으로 처리해 자연스러운 로봇 움직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SW)를 만든다.

해당 기술은 미세한 신체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웨어러블 재활로봇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없던 AI 로봇 기술을 제시한 만큼 국제 학술대회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조 교수는 이달 초 열린 ICLR 2021에서 키노트 연설자로 초청됐다.

ICLR 키노트석은 통상 ‘AI 구루’들이 맡는 것으로 유명하다. 딥러닝 창시자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합성곱 신경망(CNN)을 최초로 개발한 페이스북 AI연구소장 얀 르쿤(Yann LeCun)이 대표적이다.
 

◆AI 구루들 발표한 ICLR 키노트 연사로 선정..."로봇 설계부터 AI가 해야"

키노트 연설자로 선정된 비결로 조규진 교수는 “로봇 AI 학습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ICLR에서 조 교수가 발표한 내용 핵심은 머신러닝(ML)과 물리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지 관련 분야와 같이 데이터가 정돈된 경우에는 ML 적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몸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은 다르다. 동물이나 사람 몸이 움직이는 과정에는 훨씬 많은 요소들이 개입한다. 웨어러블 로봇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더욱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로봇 개발에서는 설계 단계에서 AI를 쓰지 않고 있다. 반면 조규진 교수는 로봇 설계단계에서부터 AI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조 교수는 “기계 지능(Machine Intelligence)이 할 수 없는,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기존 것을 튜닝하고 최적화하는 것은 ML이 잘하지만 직관을 통한 인식과 결정은 아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ICLR 발표에서는 설계, 디자인 영역에서 ML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로봇의 물리적 지능을 AI로 디자인한 사례를 공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금쟁이, 무당벌레 등 자연 속 움직임 구현하는 AI 로봇 개발

장애인 재활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기 전 조규진 교수는 생체모사 로봇 개발을 먼저 시작했다. 소금쟁이 로봇과 무당벌레 로봇이 대표적이다.

소금쟁이 로봇은 201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돼 화제가 됐다. 무당벌레 로봇은 작년 사이언스 로보틱스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소금쟁이 로봇은 표면장력을 사용해 점프하는 소금쟁이 움직임을 모방했다. 무당벌레 로봇은 종이접기와 같이 날개를 펴는 원리를 구현했다.

조규진 교수의 생체 로봇을 설명하는 과기정통부 유튜브 영상

조규진 교수는 “소금쟁이는 도움닫기 없이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자기 키의 14배를 도약할 수 있고, 무당벌레는 복잡하게 접혀 있는 날개를 0.1초만에 피고 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범해 보이는 생명체도 사실은 그 종만의 놀라운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연계에는 생물의 종만큼 다양한 움직임 모델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계의 동작을 AI 로봇으로 모델링했을 때 실용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조 교수는 “특정 동작을 로봇으로 구현하고 나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 진다. 로봇은 아무리 실험해도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물에 이어 신체 부위 모사, 웨어러블 재활로봇 개발

동물 움직임을 모방한 소프트 로봇 기술은 장애인 재활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활용된다. 동물 움직임을 모사하듯 인간 신체 특정 부위 움직임을 AI로 학습해 로봇 SW로 탑재하는 것. 신체 구조와 작동 방식을 AI가 학습한 만큼 미세하게 움직임을 보조하는데 알맞다는 설명이다.

ICLR 2021 키노트 발표에서 조규진 교수는 발성 보조 AI 로봇 ‘엑소 앱스(Exo-Abs)’를 최초로 공개했다. 엑소 앱스는 배를 자극하는 움직임을 구현해 발성이 어려운 장애인이 말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엑소 앱스 시연 모습(사진=조규진 교수)
엑소 앱스 시연 모습(사진=조규진 교수)

새로운 AI 학습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최초의 발성 보조 재활로봇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재활로봇 역할 대부분은 손, 발, 팔, 다리 등 사지 움직임을 돕는데 한정된다.

조규진 교수는 “호흡과 기침, 발성을 도와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데 기존에 관련 로봇은 없는 상황이다. 기침을 해야 하는데 못 하고, 가래가 목에 걸려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성 보조로봇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침 이외에도 복근에 힘을 가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복근을 눌러 발성을 도우려면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의 근육 배치 구조와 움직임을 관찰, 모사해 적절한 압력으로 근육 결을 따라 눌러주는 것이 관건이다. AI 기술 지식 이외 생체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국내 최고 의대가 있는 서울대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의대와 협업해 문헌조사, 관찰을 진행했다. 생체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학자부터 기계공학자 AI연구자까지...3개 분야 전문가 협업해야

AI 기반 웨어러블 재활로봇을 만드는 일은 AI 연구자 혼자 할 수 없다. 신체 구조와 움직임을 이해하는 의학자와 체육교육가, 하드웨어 설계에 능통한 기계공학자, AI 연구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기계공학자인 조규진 교수는 AI 기술 적용을 위해 타 대학인 KAIST 조성호 교수와 협업했다. 그는 “2017년 KAIST ERC AI연구센터 조성호 교수와 함께 본격적으로 AI 로봇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만큼 어려움도 있다. 조 교수는 “하드웨어 설계를 프로그램화하려면 없던 데이터세트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공학자를 매우 피곤하게 하는 과정”이라며 웃었다.

성공적인 협업 비결에 대해서는 “실패를 각오하는 도전정신을 공유하고 상호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조규진 교수는 생체 움직임을 모사한 AI 로봇으로 장애인들을 돕는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 그는 엑소 앱스 전 개발한 엑소 글러브를 한 손이 아닌 양손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에 주력 중이다.

엑소 글러브 시연 모습(사진=조규진 교수)
엑소 글러브 시연 모습(사진=조규진 교수)

엑소 글러브는 장애인의 손 기능을 보완하는 AI 웨어러블 로봇으로 2019년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수록됐다. 글러브 모양 로봇을 착용하면 수저를 들 수 없던 환자가 병뚜껑을 딸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손을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양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엑소 글러브를 업그레이드 중이다. 아침을 준비하거나 병을 따는 등 일상적인 일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관련기사]환자들의 건강 지킴이, AI 도우미봇...맞춤형 의료시대의 필수 도구로

[관련기사]“산업로봇 가고 서비스로봇 시대 온다” KT·현대로보틱스·LG전자 가세

키워드 관련기사
  • 'AI 서비스 로봇' 전용 보험 생긴다...KT-DB손보, 보험 상품 공동 개발
  • AI 반려 동물 로봇, 고독사 예방 돕는다...세계 각 국 잇달아 출시
  • 인간과 로봇의 사랑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