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제공하겠다는 대형 IT 기업들

최근에 대형 IT 기업들이 "빅, 하이퍼스케일, 거대, 초거대, 등"의 용어를 외치며, 슈퍼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인공지능 모델과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 시킨 인공지능 서비스 시스템을 발표하는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번 달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네이버, LG 등의 대형 IT 기업들이 발표한 내용은 그러한 거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개인이나 기업들이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하면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마치 구글 지도나 네이버 지도를 API로 연결해서 다양한 웹이나 앱에서 활용하고 있듯이, 그들의 인공지능 기능을 개인이나 기업이 만든 앱에서 활용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 측면에서는 이미지, 음성, 영상을 넘어서, 언어의 영역으로 확대된 기술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GPT-3를 활용하여 일반적인 문장으로 코딩이 가능하게 해주겠다고 발표하고, 여러 회사들이 GPT-3를 뛰어넘는 초거대 언어 모델을 만들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러한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이 만든 여러 형태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연구와 인력 확보에 대규모 투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있었던 기업이 대학에 인공지능과 관련된 대규모 연구 센터를 투자하여 만드는 행보가 국내에서도 생겨나기 시작했다.이처럼 대형 IT 기업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는 더 커지고 활발해지고 있으며 플랫폼화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출처=셔터스톡)

하지만, IT가 사업의 핵심역량이 아니었던 기업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대응 및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에 중견 기업을 경영하시는 선배님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 뵈었다. 대기업도 아니고 IT가 핵심 역량도 아닌 본인 기업의 사업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용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하게 주어졌다. 요즘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인공지능"은 한 쌍으로 언급되는 단어 조합이 된 것 같다. 선배님께 모 컨설팅 회사에서 최근에 발표했던 인공지능을 도입한 글로벌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전달드렸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은 그렇게 멋있는(?) 내용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내용이라는 반응이셨다.

워낙 진솔하게 청하셔서, 엔지니어 출신으로 다양한 기업에서 변화를 겪거나 만드는 시도를 해왔던 경험을 갖고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씀을 나눴다.

먼저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잊어버리고, 현재 그리고 앞으로 5년 내에 그 기업의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고민과 문제가 무엇인지 여쭤본 후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드렸다.

첫번째, "최고 경영자와 핵심 임원들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큼 공부하셔야 합니다".

대충 외부 전문가를 소개 받아서 맡겨 보거나, 내부의 일부 인력에게 위임해서 맡기는 식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최고 경영자 본인이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한다. 최고 경영자와 기업의 핵심 임원들이 클라우드, 데이터,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기술 활용 형태 그리고 사업적 영향에 대하여 공부를 하는 "학습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학습조직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트렌드에 매몰되기 보다는 앞서 언급한 기업의 핵심적 고민과 문제의 관점을 잊지 말고 학습해야 한다. 기술의 이해와 활용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사업 프로세스에서 그 기술로 어떤 디테일과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지금과 같은 사회와 기술 변화의 변곡점에서 최악의 경우는 "어설픈 전문가에게 휘둘려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안 좋은 경우가 "최고 경영자가 확신이 부족하거나 내부 저항으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인력과 돈을 제때 투자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학습 조직"을 만드는 것은 최소한의 투자이며, 조직 내에서 변화의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동시에 타이거팀을 만드세요"

경영진의 "확신"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학습조직과 더불어 타이거팀을 만들어라. 적극성을 갖춘 내부 인력을 모으고 외부의 인공지능 전문 인력을 투입해서 소규모의 여러개의 팀을 만들고, 회사 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상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개선해 볼 수있는 일을 찾게 해라. 그리고 그 중에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몇 가지를 선택해주고 시도하게 해라.

여력이 된다면, 외부의 스타트업과 연계해서 투자하고 함께 사업을 모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그러한 타이거팀 활동의 하나로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작은 성공을 거두는 것도 있고, 실패를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업 내에 자산으로 쌓여가게 만들어야 한다.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게 몇 개월을 컨설팅을 받고 멋있는 로드맵을 만들고 대규모 타스크포스 조직을 꾸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타이거팀 방식을 진행하면서 키워 나가는 것을 먼저하거나, 타이거팀과 컨설팅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경영자의 확신과 타이거팀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리더가 필요할 지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중장기 투자를 해야 할 지 보이실 것입니다"

기업이 경영하는 사업 프로세스의 어느 부분에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지?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을 위한 데이터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앞서 IT 대기업들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어떤 중장기 연구를 착수해야 할 지? 등에 대하여, 그 기업에 적합한 답을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정을 통해서 찾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차라리 이 상태에서 필요하면 심도있는 컨설팅이나 자문을 받아서 검증하고 보완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본다.

다만,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 자체 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기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이다.

예를 들면, 테슬라 차량은 자율 주행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이미 판매된 차량에 자동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고, 실제 운행되는 차량의 주행 데이터를 테슬라 서버에 올려서("쉐도우 모드"라고 한다)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결국 테슬라 차량의 인공지능의 품질은 알고리즘과 모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유지되고 강화된다. 실제 환경에서 확보된 데이터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인공지능의 품질을 타 업체가 쉽게 따라 잡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사업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여 드렸다. “개선을 넘어선 혁신을 하고 싶으면, 기술을 이해하면서 고객과 사업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리더를 찾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형 IT 기업들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은 비 IT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인공지능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간은 그렇게 제공되는 플랫폼 서비스만으로 핵심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항상 기술적 과도기에는 기다리기보다는 더 선제적이고 현명한 투자를 하는 기업이 도태되지 않고 생존하고 성공하는 것을 우리는 많은 사례로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인공지능에 의한 변화의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의 개선을 위해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갖고, 플랫폼을 사용할 부분과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인에이블링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는 것, 그렇게 끊임없이 시도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함종민 교수는 KAIST에서 분산시스템을 전공했고, 벤처 기업을 창업해 매각했다. 네이버에서는 플랫폼 기술과 네이버 서비스 기획 총괄 임원을 담당했고, 삼성전자와 LF(LG패션)에서 UX 및 서비스 임원과 CTO를 역임했다.

인공지능연구원(AIRI)에서 인공지능기술에 기반한 금융 사업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 AI연구원의 산학협력센터장으로 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대의 인공지능 역량을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함종민 교수 jmha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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