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종민 서울대 AI대학원 산학협력센터장, 서울대 AI 산학협력 전담
서울대-네이버 초대규모 AI 연구센터 설립 이끈 주역
네이버, 삼성전자, LG패션 등 IT 대기업 출신...기업 니즈에 특화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전례없는 기업-기업, 기업-대학 협약 선도

함종민 서울대 AI대학원 산학협력센터장(사진=이하나 기자)
함종민 서울대 AI대학원 산학협력센터장(사진=이하나 기자)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사회에 녹아들면서 대학과 기업 간 협력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GPT-3와 같은 초대규모 AI 모델이 활약하면서 중장기 프로젝트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대와 네이버는 이달 10일 ‘서울대-네이버 초대규모 AI 연구센터(SNU-NAVER Hyperscale AI Center)’를 설립했다. 특정 과제를 위해 기업과 대학이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 전에 없던 산학협력 형태다.

이례적인 산학협력을 현실화한 주역은 함종민 서울대 AI연구원 산학협력센터장이다. 서울대는 올해 1월 서울대 AI연구원(AIIS) 산학협력센터(CIC)를 만들어 학내 AI 산학협력 통로를 일원화했다.

센터에서는 단기간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AI 공동연구를 위해 중장기 위주로 협약을 추진한다. 기업 임원과 친분이 있는 일부 교수 위주로 진행되던 과제를 체계화한다. 기업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 코어 AI 연구를 하는 서울대 핵심 교수들과 연결시키는 것이 함 센터장 역할이다.

AI를 주제로 기업과 서울대 내 AI 자산을 연결합니다.

◆특정 과제 목표로 공동연구센터 설립한 서울대-네이버 “이례적”

최근 서울대와 네이버 협약은 AI 기술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산학협력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대규모 AI 개발’이라는 특정 과제를 목표로 기업과 대학이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 경우는 기존 국내 산학협력 사례 중 찾아보기 어렵다.

함종민 센터장은 “기존에는 기업이 특정 교수에게 1, 2억짜리 소규모 과제를 주는 식의 산학협력이 많았다.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서울대에 자신의 기업이 몇 개 프로젝트를 주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꽤 많다. 알고 보니 열 개가 넘는 과제를 이미 진행하고 있는 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AI와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프로젝트 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이 부쩍 제기되는 상황이다. 함 센터장은 “최소한 5~15명 교수가 참여해 1, 2, 3차년도에 걸쳐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이제는 본격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국내 어느 대학에서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과도 직접 만나 이야기해보면 대규모 협약 필요성에 굉장히 공감한다. 학교와 기업이 단순히 관계를 맺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절은 이제 지났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넘어 기업과 대학이 R&D 조인트벤처(합작투자회사)를 만드는 사례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 기업의 AI 개발자 구인난도 대규모 프로젝트나 조인트벤처로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은 졸업 후 진로를 위한 적성을 찾을 수 있으며, 기업은 우수 인력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다.

함종민 센터장은 “대규모 산학협력을 촉발하는 것으로 AI 인력부족 상황을 꼽을 수 있다. 대학 기반 연구조직과 관계를 맺을 또다른 필요성이 기업 입장에서 생긴 것이다. 서울대도 올해 내 여러 회사와 관련 협약을 새로 맺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서울대 초대규모AI 협약식에 참석한 (왼쪽부터)서울대 함종민 AI연구원 산학협력센터장, 장병탁 AI연구원장, 전병곤 AI연구원 연구부원장(사진=네이버)
네이버-서울대 초대규모AI 협약식에 참석한 (왼쪽부터)서울대 함종민 AI연구원 산학협력센터장, 장병탁 AI연구원장, 전병곤 AI연구원 연구부원장(사진=네이버)


◆네이버, 삼성전자, LG패션까지...다양한 기업 경력이 만든 성과

새로운 산학협력 니즈를 파악하고 실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함종민 센터장의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올해 1월 서울대에 합류하기 전 약 15년 동안 기업 IT 개발 전선에 있었다. 네이버, 삼성전자, LG패션까지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거쳤다.

그동안의 이력에 대해 함종민 센터장은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해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네이버에서 포탈 인터넷 서비스 기획 5년, 삼성전자에서 마케팅 디자인 사용자경험(UX) 기획 5년, LG패션에서 IT 서비스 제조 유통 업무를 3년 동안 맡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는 LG패션에서 일하면서부터다.

함 센터장은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유통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LG패션에 들어갔다. LG패션에서 의류 판매 IT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실생활에 활용하는 AI 기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인공지능연구원(AIRI) 부사장으로 2년 동안 일하며 AI로 사업을 더 잘 되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한 기업에 정착하지 않고 옮겨다니다보니 가족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 않고 계속 옮겨다닌다며 아내는 싫어했다. 서울대에서 일하게 됐다고 하니 가장 반가워하더라”며 웃었다.

반대로 서울대에서는 여러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높이 샀다. AI 기술 적용을 원하는 다양한 기업 니즈를 파악하는 일에는 함 센터장 경력이 제격인 것.

함종민 센터장은 “여러 종류 기업에 있다보니 다양한 기업 니즈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영입한 것 같다. 제조부터 금융, 엔터테인먼트까지 산업별 카테고리별로 미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내 코어 AI 연구 교수 100명 니즈 발굴

기업뿐만 아니라 서울대 내 교수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서울대 AI연구원 소속된 교수는 300여 명이며 해당 교수들이 지도하는 학생은 20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코어 AI를 연구하는 교수가 100명 정도인데 이들이 관심가지는 AI R&D 과제를 파악하는 것이 함종민 센터장의 역할이다. 그는 “내가 팔 물건, 전달할 R&D 기술 자산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대학원 내 10개 선도혁신센터와 기업을 연결시키는 것도 그의 일이다. ▲AI이론연구그룹 ▲R.E.A.L.지능센터 ▲초학제AI교육연구센터 ▲신약개발AI센터 ▲건강·돌봄AI연구센터 ▲금융·경영AI연구센터 ▲언어AI연구센터 ▲인간-AI상호작용 ▲인공지능ELSI센터 ▲차세대AI시스템개발센터 등 주제별 10개 센터가 있다.

함종민 서울대 AI대학원 산학협력센터장(사진=이하나 기자)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최소 2년 협약 유지...네이버, LG, 하이퍼커넥트 가입

실효성 있는 대규모 산학협력을 위해 AIIS CIC에서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입 기업은 최소 2년 동안 협약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네이버, LG, 하이퍼커넥트다. 이달 내 2, 3개 멤버십 기업이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가입 기업 중 4곳은 IT 대기업이다. 가입을 원하는 모든 기업을 받을 순 없지만 대기업 외 다양한 규모 기업도 선정 가능하다.

가입 대상 기업에 대해 함종민 센터장은 “현재 가입되어 있는 하이퍼커넥트는 지금은 유니콘 반열에 올라섰지만 가입 당시에는 스타트업이었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어디에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멤버십 가입 기업 대상으로 서울대는 학내 AI 우수 인력과 기업이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마련한다. 1박 2일로 진행하는 리트릿 프로그램은 멤버사들이 관심 가질 만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모여 진행하는 가입사 대상 컨퍼런스다.

기업이 가진 AI 이슈에 대해 기업 내 기술 리더와 서울대 코어 AI 교수가 논의하는 브레인 스토밍 포커스 그룹도 마련한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기업에 있는 기술 리더들이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현장 이슈를 전하는 비전톡이다. 교수와 학생들이 기업을 방문해 기업이 고민하는 주요 주제 관련 워크숍을 하는 테크톡도 있다.
 

◆올 하반기 멤버십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 본격 추진

새로운 산학협력 방식을 제시하는 함 센터장의 행보는 쉬지 않고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멤버십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함종민 센터장은 “멤버십 회사들이 더 늘어나면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를 지원하려 한다. A기업과 B기업이 협력을 맺었다고 언론에 소식이 났는데 실질적으로 일 진행은 안 되는 경우를 많이 겪어봤다. 하지만 기업 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A기업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면, B기업이 제조, C기업이 유통을 담당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간 협력이 어려운 이유로 함 센터장은 가교 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는 점을 꼽았다. AIIS CIC가 기업 간 협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시작부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모여서 함께 일해보자고 결정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린다. 이해관계, IP, 권리배분 등 조율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버퍼가 있으면 가벼운 스타트를 해볼 수 있다. AI연구원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면 출발이 쉬울 수 있다. 프로토타입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결정이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의 대학 대상 대규모 투자는 대형 프로젝트 위주의 긴밀한 산학협력이 정착된 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함종민 센터장은 “대형 프로젝트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후 대학에의 대규모 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 이는 2, 3년이 아닌 5, 10년은 기다려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 프로젝트로 만든 기술을 가지고 신사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 기업에서 투자를 할 것이다. 사업성과 신뢰가 관건이다. 학교와 기업이 이 두 가지를 쌓아가다보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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