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젠, 장애인·비장애인 소통하는 화상회의 플랫폼 개발업체
2018년 3명으로 창업→현재 20여명 직원 둔 스타트업
지난 10월 음성·모션인식 AI 엔진 탑재 ‘플러긴’ 개발
광주·전남·서울 소재 4개 복지관서 시범운영 중
오는 21일 코엑스 ‘월드IT쇼’ 시작으로 판로 확보 계획

음성인식과 모션인식 솔루션을 결합해 청각장애인이 수어통역사 없이도 비장애인과 대화를 나누는 화상회의 플랫폼 '플러긴'을 개발한 라젠의 박영선 대표. (사진=AI타임스). 
음성인식과 모션인식 솔루션을 결합해 청각장애인이 수어통역사 없이도 비장애인과 대화를 나누는 화상회의 플랫폼 '플러긴'을 개발한 라젠의 박영선 대표. (사진=AI타임스). 

지난해 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에 없던 비대면 수요를 증가시켰다.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피해 ‘집콕’ 중에도 업무나 수업을 비롯한 온라인 소통을 이어갔다. 이같은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줌이나 구글의 미트,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청년 스타트업 라젠이 개발하는 플랫폼은 여기서 한 단계 진보한 제품이다. 라젠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라젠의 수장 박영선 대표는 온라인에서라도 수어통역사 없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온라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어릴 적부터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은 대학 졸업 후 전공과 관계없는 인공지능(AI) 독학으로까지 이끌었다. 하루에 3시간을 자면서 1년여의 독학 끝에 2018년 라젠을 창업하게 되었다는 그를 만나보았다.

Q. 라젠은 어떤 기업인가.

A. 라젠은 음성인식·모션인식을 기반으로 AI 엔진을 활용한 화상플랫폼과 증강현실(AR)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2018년에 창업해 아직 3년이 채 안된 신생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저뿐만 아니라 팀멤버들 모두 AI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됐다. 창업초기 저까지 포함해 세 명이었던 직원이 현재 20여명으로 늘어났고, 광주와 판교 등 두 지역에 연구소와 사무실을 두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로운 AI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창업하게 됐다.

Q. 라젠만의 핵심기술에 대해 소개해달라.

A.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언택트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나. 그 플랫폼들과 라젠의 차이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우리는 청각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기본권과 편리성을 확보해주는 솔루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어 번역 시스템 중 STTM과 MTTS를 도입해 수어통역사 없이도 원활하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STTM은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청각장애인에게 애니메이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단순한 자막이 아닌, 선천적으로 듣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텍스트 비주얼에 힘을 줬다. MTTS는 청각장애인의 소통도구인 수어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이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비장애인에게 텍스트나 음성으로 제공한다. 이 기술이 도입된 플랫폼 ‘플러긴’을 지난해 10월 최종 완성해 광주 장애인 복지관을 시작으로 전남 장애인 복지관, 빛고을 건강센터, 서울 강남에 위치한 수어통역센터와 MOU를 맺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 ‘플러긴’은 온라인 공간에서라도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화면 속 얼굴을 바라보며 대화가 가능하단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늘 바라지만 이룰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비장애인과 편안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러한 애로사항을 가상환경에서라도 해소해 주고 싶었다.

박영선 대표는 어릴 적부터 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마음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생소한 AI 공부로 이끌었고, 청년 AI 스타트업 기업가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진=AI타임스). 
박영선 대표는 어릴 적부터 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마음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생소한 AI 공부로 이끌었고, 청년 AI 스타트업 기업가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진=AI타임스). 

Q.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A. 데이터 확보부터 힘든 부분이 많았다. 현재 완성된 플러긴에는 국립국어원에서 참고한 6만여종의 데이터가 내장돼 있다. 사람의 말이 일상언어가 다르고 법률, 교육, 예술 등 분야별 전문용어가 다르지 않나. 수어도 마찬가지다. 이 관련 종사자 혹은 교육을 받고 싶은 청각장애인이 플러긴을 활용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허투루 만들 수 없었다. 오차 범위를 줄이고, 또 플랫폼 비주얼에도 신경써야 했다. 창업은 2018년에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힘으로 개발하려니 1년이 넘게 걸렸다.

Q. 창업의 성공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남들과 다른 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한 꾸준한 학습이다. 또 지차제와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해 투자지원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우리만의 기술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호남권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우수상 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더해 총 25건의 특허기술도 취득할 수 있었다. 라젠을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갖고 있는 특화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정부기관에 알려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에 대한 교육을 수료했다. 막연한 꿈을 현실적으로 매핑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또 이곳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1인창조기업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초기 AI 스타트업 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놓치면 성장기회를 잃는다. 이러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금 지원만이 아닌 실질적 교육을 통해 세밀한 창업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젠은 현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소재한 금남로 전일빌딩 내 사무실을 두고 있다. 박영선 대표는 진흥원을 비롯한 각종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창업지원과 특허 취득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곳 사무실 외에도 화정동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도 연구소를 두는 등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했다. (사진=AI타임스).
라젠은 현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소재한 금남로 전일빌딩 내 사무실을 두고 있다. 박영선 대표는 진흥원을 비롯한 각종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창업지원과 특허 취득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곳 사무실 외에도 화정동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도 연구소를 두는 등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했다. (사진=AI타임스).

Q. 수도권 지역에 비해 광주시는 이제 막 AI 중심도시를 향해 한발 내딛고 있다. 이러한 곳에서 기업을 이끄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A. 물론 광주시가 서울이나 판교에 비해 인력, 기술력, AI 관련 외부기관과의 연계 등 여러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이곳을 중심으로 라젠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저와 라젠을 창업한 CTO도 광주과학기술원(GIST) 출신이고, 대부분 직원들도 광주 토박이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나고 자란 곳에서 얼마든지 우수한 솔루션을 개발해 판로 확보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지난해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가 문을 연 후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열어 직접 교육하기도 했다. 제가 지난해 ‘끝장개발대회’에 참여하고, 또 플러긴 개발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느낀 것은 분명 이곳에도 숨은 인재가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곳에도 저처럼 AI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창업까지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단지 지난해에는 1기라 학교 교육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번에 저를 포함해 몇몇 AI기업인이 모여 시와 함께 커리큘럼 구축을 목표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좀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광주에서 더 많은 젊은 AI인재가 탄생하고 취업하길 바란다.

라젠은 지난해 10월부터 한달 간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 학생들과 플러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영선 대표에 따르면 이 실습과정은 학생들에게 현장경험을 쌓게 해주고픈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사진=AI타임스).
라젠은 지난해 10월부터 한달 간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 학생들과 플러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영선 대표에 따르면 이 실습과정은 학생들에게 현장경험을 쌓게 해주고픈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사진=AI타임스).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말해달라

A. 오는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월드 IT쇼’에 참가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는 광주·전남·서울에 위치한 소수의 복지관에서 시범운영을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이 행사를 시작으로 플러긴 판로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모두가 접속할 수 있도록 URL을 공개배포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화상회의 플랫폼처럼 검색을 통해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또 AI 분야에서 더욱 도약하기 위해 우리만의 음성인식과 모션인식 기술을 AR 콘텐츠에 녹여내 볼거리 가득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AR 역시 현재 라젠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이 개발자만 따로 영입해 두고 있다.

라젠의 기술력은 모두 장애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취약계층들이 AI 서비스를 이용해 조금 더 편안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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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코로나19 최대 수혜자로 화상회의 플랫폼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원격근무, 회의, 수업은 일상화가 된 지 오래다. 라젠은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박영선 대표의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탄생시킨 AI 수어 플랫폼인 셈이다. 그가 그리는 세상은 '수어 통역사 없이도 장애인이 말한 것을 비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 온라인에서라도 이루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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