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교육계 온라인 비대면 전격 교체...다음은 AI
개개인 학습 행동·문제풀이 과정에 맞춰 커리큘럼과 평가 제시
얼굴 표정·뇌파 분석해 학생 집중 상태 실시간으로 알려

[편집자주] 공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장의 변화를 제대로 아는 건 교육 혁신의 첫 단추다.

2016년부터 실시된 소프트웨어 교육은 잘되고 있는지, 인공지능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또한 교육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 AI 도구들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이들을 통해 미래 교육의 모습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 유행으로 최근 교육계는 급히 디지털 전환을 맞이했다. 감염 우려로 학교나 학원에 모일 수 없게 되자 교사들은 의무적으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교육을 일상에서 직접 마주하면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기술 중에서도 인공지능(AI)은 미래 교육을 실현할 주인공 중 하나로 꼽힌다.

AI 기반 교육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커리큘럼부터 모의시험까지 개인 맞춤형으로 만든다. 학년별 구분만으로 전국 학생들을 비슷한 교과과정으로 가르치는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얼굴 표정이나 뇌파를 AI가 분석해 각 학생이 얼마나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람을 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교사는 학생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안할 수 있다.
 

◆에듀테크 연구, 딥러닝 발전으로 본격 시작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 등이 주를 이뤘던 탑티어 AI 컨퍼런스에 AiED가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반 뉴럴 네트워크 학회에서도 교육 데이터셋 연구 등재율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AAAI 2021에서 교육 AI 워크숍을 연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뤼이드 장영준 대표는 최근 학계에서 교육 AI가 새로운 연구 주제로 부상 중이라고 말했다.

에듀테크 연구가 본격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딥러닝 활용이 활발해지면서부터다. 장영준 대표는 “에듀테크 초장기에는 콘텐츠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직관적인 경험을 반영해 룰 기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해당 기술은 사실상 실패한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실패 이유에 대해 그는 “도메인 전문가들이 수많은 콘텐츠 태그를 다는 레이블링 작업을 해야 했다. 매뉴얼이 바뀌면 모든 콘텐츠를 다시 기획해야 했다. 기술이 비용을 전혀 줄여주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낮은 성과를 내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또한 기술 한계였다. 예를 들어 하나의 영어 문법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수십가지가 될 수 있다. 출제자가 가정법 과거 법칙에 대해 문제를 냈을지라도 학생들은 다른 것을 몰라 오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후 딥러닝 시대가 도래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기술이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학생 개인에 맞춘 교육 과정과 시험, 빠른 피드백 제시

AI 기반 교육 특장점은 학생 개개인에게 언제 어디서나 맞춤형 지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네기러닝의 매티아(MATHia)는 AI 기술과 인지과학, 학습과학을 접목한 지능형 학습 지원 시스템으로,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이 공개한 대표적인 교육 AI 성과다.

매티아는 학습자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겪는 실수를 진단하고 정신 상태를 추적해 시의적절하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학습자의 학습활동과 이로 인한 결과를 분석해 학습 난이도 수준을 결정하고 알맞은 학습방식이나 콘텐츠를 자동으로 보내준다. 공부에 필요한 자기조절이나 자기점검에 대해서도 조언을 줘 행동 개선을 돕는다.

카네기러닝의 매시아 모습(이미지=매시아 공식 홈페이지)
카네기러닝의 매시아 모습(이미지=매시아 공식 홈페이지)

학생들의 학습 레벨을 파악하는 AI 모델로 지식 진단(Knowledge Tracing)을 꼽을 수 있다. 지식 진단은 학생들의 지식수준을 판별하고 이를 토대로 아직 풀지 않은 문제를 맞출 확률을 예측하는 기계학습(ML) 모델이다.

연구 초기에는 통계적 방식인 베이지안 지식 진단(Bayesian Knowledge Tracing)을 많이 사용했다. 최근에는 RNN(순환 신경망)을 활용한 DKT(Deep Knowledge Tracing), 시간적 특성을 반영하는 트랜스포머 기반 SAINT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 교육 콘텐츠 중 적절한 것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학생 개인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교과서와 교육 과정을 개발할 수도 있다.

노석준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의 칼럼에서 “교수자가 다른 사람이나 도구 도움 없이 개별 학습자 특성에 맞는 학습 과정이나 자료를 개발·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그러나 AI 기반 콘텐츠 개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부담이 많이 경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에듀테크 기업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시험에도 개인 맞춤형 방식을 적용 중이다. AI 외국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듀오링고, 뤼이드와 같은 기업들은 토익, 토플, SAT를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평가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뤼이드 관계자는 “교육 도메인에 관계 없이 학습자를 진단할 수 있는 AI 기반 범용적 역량측정모델을 만들고 있다. 실험 결과 토익 학습 데이터로 개발한 측정 시스템을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적용 가능하다. 측정 지표를 시험마다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AI 기반 평가 시스템은 연구 영역에서 빠르게 벗어나 교육 현장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입시 필수 조건에서 SAT를 제외한 캘리포니아대에 AI 기반 형성평가 과정을 제안했다. OECD는 15세 수준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PISA 시험을 대체할 새로운 평가 모델을 개발 중이다.
 

◆뇌파부터 얼굴 표정까지...학생 신체 반응으로 집중도 파악

또다른 교육 AI 연구 핵심 주제는 학생 개개인의 신체 반응으로 수업 집중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1대 다수로 진행하는 강의에서 교사들이 모든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생 개개인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평가를 통해서만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집중도를 알리는 AI 시스템을 비대면 강의에 도입, 학습 성과를 올리는 효과를 봤다. 해당 연구에서 AI 시스템은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는 의대생들의 뇌파 데이터를 통해 집중도를 파악하고 교수에게 전달했다. 교수는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때 특정 내용을 다시 설명하거나 주위를 환기시키는 이야기를 하는 등 즉각 대응하면서 강의를 진행했다.

AI 도입군의 시험 성적이 약 30점 높게 나타났다(사진=임창환 교수)
AI 도입군의 시험 성적이 약 30점 높게 나타났다(사진=임창환 교수)

AI 시스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강의 후 시험을 치른 결과, 시스템을 사용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점수가 100점 만점 기준 30점 가량 높게 나타났다.

얼굴 표정, 손 제스쳐, 시선, 입모양 등 시각 데이터를 분석해 학생들의 집중 상태를 파악하는 컴퓨터비전 기술도 등장했다. 뇌신호 분석 기술보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데이터 수집에 필요한 기기가 비교적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홍콩대 연구팀은 지난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 향상을 위한 얼굴 표정 분석 AI를 공개했다. 교실 내 CCTV를 통해 수집한 학생들의 실시간 얼굴 이미지 데이터에서 표정을 분석해 졸음, 지루함 등 마음 상태와 집중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교육 AI 연구 활성화 위해서는 ‘데이터’가 핵심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육에서 AI 적용은 금융, 의료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 교육 AI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과정을 반영한 데이터셋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교육기관에는 국가를 막론하고 학생들이 오답을 고르는 과정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강의 시청 여부와 완강률 자료만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으로 빠르게 솔루션을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클리닝(data cleaning) 작업도 필요하다. 데이터 클리닝에는 전체 데이터에서 이용하고자 하는 범위를 한정하는 일, 명백히 오류가 있거나 중복된 데이터 포인트를 배제하는 일, 데이터의 유실된 부분을 복구하는 일 등이 포함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스페셜리포트]①우리 공교육은 정말 미래 교육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나?

[스페셜리포트]②현직 교사가 보는 AI 시대의 스마트교육

[스페셜리포트] ③ 'AI 에듀테크'기업, 미래 산업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다

키워드 관련기사
  •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2030년 빅테크 기업, 교육 분야 주력할 것”
  • [연재 기고] 우리아이 AI수학 교육 ②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자
  • [연재 기고] 우리아이 AI수학 교육 ① "겨울방학은 수학과 친해질 절호의 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