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스페셜리포트] '블록체인'특집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와 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판단 가능
암호화폐는 내일 당장 멈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안정한 아키텍처에서 돌아가

[편집자주]암호화폐 투자가 대단하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그 열기는 엄청나다.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이 나온 지 12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투자인지 투기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앞으로 어떻게 다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석해본다.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2020년 12월말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아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투자인가 투기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란도 다시 들리는 듯 하다.

사실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쉽지 않다. 투기는 목적물 자체보다는 그 목적물을 대하는 사람의 자세에 크게 의존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같은 초대형 주식에 대해서도 누구는 투자를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이는 맹목적 투기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도박의 대상으로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사적 자치를 보장한다. 당사자 간의 계산으로 금덩어리로 돌을 산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만약 누군가 돌을 금으로 속인다면 명백한 기망행위에 해당된다.

비트코인은 그 목적물 자체로 투기나 혹은 도박이 될 수 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비트코인 등을 거래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그러한 암호화폐가 가진 위험 속성과 크기를 명확히 인지한 다음 그 위험을 감내할 자신이 있을 경우에만 하는 것은 지당한 이치일 것이다.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벤자민 그레이엄은 이미 90년전에 투자와 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것은 모두 투기에 해당한다.

첫째, 가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가능해야 한다.

주식에 대한 분석은 회사의 재무제표나 공시자료를 통해 수행된다. 현 가치의 적정성은 이러한 재무제표 등을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서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현재 가치의 측정이 아니라 상대적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가치의 적정성을 판단할 방법이 없다. 내재가치가 0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수요와 공급에 대한 예측만으로 현 가치를 간접 추정해야 한다. 암호화폐의 등락이 매우 심한 이유도 바로 내재가치가 없어서 가치의 적절성을 평가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철저한 분석은 불가능 하다.

둘째, 원금의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식은 그 장부가치를 통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장부가 이하로 형성된 주식만 매입한다면 항상 원금 보장 추구가 가능하다. 현 주가가 장부가를 상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경우에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치가 항상 존재하며, 객관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경우에는 이러한 내재 가치가 없으므로 원금 보장의 추구는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암호화폐의 장부 가치는 항상 0이며 최악의 경우에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만족할만한 수익을 설정해야 한다.

이 조건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다. 만족할만한 수익이란 주관적 요소이며, 인간은 늘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동물로서 절대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이란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정한 목표 수익을 얻었으면 다시는 해당 종목을 쳐다보지 않을 용기(?)가 없다면 이미 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천재 과학자 뉴턴도 초기 270%의 수익을 본 종목에서 자신의 친구가 더 많은 이익을 얻자 이를 질투하여 대출까지 동원하여 추가 매수한 결과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최저에서 사서 최고점에서 팔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신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 밖에도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모든 암호화폐는 내일 당장 멈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안정한 아키텍처에서 돌아가고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단 10여개 채굴업체가 전체 블록 생산 90%를 독점하고 있고 특히 이더리움은 비탈릭 부테린이 또 어떤 전횡을 일삼을지 알 수 없다. 모든 알트코인은 자체 네트워크 없이 이더리움에서 찍어낸 토큰이나 또는 중개소가 운영하는 자체 중앙서버에 기록된 불안정한 디지털 숫자에 불과하다. 가치가 유지되려면 최소한 시스템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안전장치는 없다. 관련된 규정이나 감독이 없으므로 이들 서버의 안전성이나 투명성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이다. 최근의 상승세는 일부 기관들이 비트코인 거래에 관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건은 수요가 일시적인 것인지 꾸준한 것인지, 자연스러운 유입인지 조작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의 86% 이상은 실제가 아닌 거래를 조작하기 위한 것이라 분석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국내 중개소 U사는 시세조종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인데 그들이 행한 허수 주문 규모는 무려 254조원에 달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위험이 크면 수익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만, 그 위험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이병욱 교수는 KAIST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금융전문가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의 저서 ‘블록체인 해설서’는 대한민국 학술원이 선정한 2019 교육부 우수학술도서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전문가로, 특히 금융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금융위 등 여러기관에  자문을 해 주고 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justin.lee@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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