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의료 AI 플랫폼이 검증된 모듈 제공, 개발 과정 간소화
연구 기간 56%, 연구비 74% 절감...상용화까지 지원
의사부터 일반인까지 쉬운 AI 사용 돕는 교육, 오픈소스 구축 예정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

우리나라 의사들 사이에서 이제 AI는 미래기술이 아닌 현실이자 유용한 조수다. 디지털 뉴딜을 선포한 정부 주도로 대형병원부터 스타트업까지 의료 AI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의사부터 의대생까지 AI 연구 개발을 위해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본업과 병행하며 공학도와 같은 성과를 낼 순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가 핵심 자산인 AI 시대인만큼 대형병원은 AI 기업에 데이터를 맡기지 않고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 AI 모델 개발을 위해 공학도를 채용하기도 하지만 병원 내 기존 의료인들과 협업하기는 쉽지 않다. 외부 회사의 AI 솔루션도 암과 같은 시장성이 높은 주요 질병에 대해서만 마련됐다는 한계를 보인다.

9월 과기정통부 디지털뉴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의료 AI 전문기업 딥노이드는 의사들이 코딩 없이 AI를 연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핵심으로 내세운다. 의사 주도 의료 AI 오픈 플랫폼 딥파이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AI 모델을 코딩이 완성된 모듈 형태로 제공한다. AI 이미지 처리, 신경망 작업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딥파이를 통해 개발한 의료 AI 시스템은 딥노이드의 의료 AI 장터 딥스토어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의료 AI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AI 영상 판독 시스템도 확보했다. 뇌동맥류, 폐결절, 요추 압박결절 등 총 15종 질환 대상으로 AI 판독 기술을 구축했고, 이 중 14개가 식약처 인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업 중 의료 AI에 대한 식약처 인허가 개수로는 최다 기록을 세웠다.

“흔히 검색을 구글링이라고 표현한다. AI를 쓴다를 ‘딥파이한다’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딥노이드의 최종 미션은 의사를 넘어 온 국민이 AI를 친숙하게 활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AI 기업이 지향하는 오픈 소스화, AI 교육이 곧 딥노이드의 장기 목표이기도 하다.

Q. 딥노이드 대표 서비스인 딥파이 플랫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딥파이는 한마디로 ‘의사가 주도하는’ 의료 AI 오픈 플랫폼이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과정을 몰라도 웹브라우저에서 쉽게 AI를 연구할 수 있다. 코딩 없이 플랫폼 내 모듈을 클릭하는 것으로 의료 영상과 같은 데이터를 AI로 분석 가능하다. 기존에 검증된 모델로 오류 없이 빠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딥파이에서 제공하는 모듈은 약 210개로 이미지 처리 모델이 133개, 신경망 모델이 77개다. 이 중 30여종이 고급 신경망, 50여종이 전처리 모델이다. 보유 데이터세트는 269개이며 딥파이를 활용한 연구는 현재까지 548개가 진행됐다.

딥파이를 활용한 의료 AI 설계 과정
딥파이를 활용한 의료 AI 설계 과정


Q. 기존 연구 방식에 비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지?

코딩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마친 연구자의 경우 딥파이를 이용 시 기존 연구 방식보다 10분의 1 정도 노력만 들이면 된다. 보통 코딩, 디버깅과 같은 작업에 1주일이 걸린다면 딥파이는 10분만에 완료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구현은 쉽게 가능한 것이다. 코딩을 위해 필요했던 각종 툴을 설치, 에러 수정이 필요없다. 검증된 코드를 쓰니 디버깅이 필요 없고 코딩 시 조밀한 문자를 보기 어려웠던 문제도 모듈로 쉽게 확인해 수정도 간편히 진행할 수 있다.

딥파이를 활용하면 기존 인공지능 코딩 기반의 연구 방식에 비해 연구 소요시간을 56%, 연구비를 74% 절감할 수 있다. 보통 2~3개월 정도 걸리는 인력, 장비, 레이블링 툴 등의 준비 단계를 생략했고 레이블링부터 코딩, 디버깅, 검증까지 의료 AI 개발 전체 과정을 간소화했다.

딥파이가 제공하는 AI 개발 서비스 범위
딥파이가 제공하는 AI 개발 서비스 범위

보통 연구에서는 논문 발표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딥파이는 개발 이후 상업화도 지원한다. 딥파이로 만든 B병원의 골전이암 분석 SW는 식약처 2등급 인증을 받았다. 딥노이드가 식약처로부터 14개 제품 인허가를 받아 최다 인허가 의료 AI 보유 회사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 것도 딥파이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딥노이드 AI 진단 솔루션 인허가 현황
딥노이드 AI 진단 솔루션 인허가 현황


Q. 의료인을 위한 간편한 AI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많은 병원 현장에 다니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자체 개발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형병원은 잠깐이나마 데이터를 외부에 맡기는 것이 불안하고, 의료 AI 기업 입장에서도 병원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올 때 의사에게 검수받는 비용이 비싸다는 불만이 있다. 의대에서 의용공학자들을 채용하면 기존 병원 환경에 적응해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이 힘들고, 직접 AI SW를 개발하고픈 의사들은 공부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실제 활용할만큼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딩 지식과 경험이 없는 임상 의사, 지역 의사들도 쉽게 의료 AI를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딥파이를 만들게 됐다.

워드프로세서, 엑셀을 사용한다고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가진 데이터에 AI를 바로 적용하고 싶다는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7, 8만개 병원 의사들이 AI를 하고 싶어도 할 일이 너무 많다. 코딩, 수학 이론, 각종 툴들을 익히고 전처리로 영상 데이터 개선까지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Q. 서비스 출시 후 의료계 반응은 어떤가?

하루에 2, 3군데 병원, 의사들에게서 연락이 올 정도로 많은 관심과 문의를 받고 있다. 현재 20개 대학병원 80명 이상 의료인이 딥노이드가 개방한 24만 여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과기정통부 디지털뉴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 회사가 과기정통부 사업 2개를 담당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만큼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금년 8월 국군 의무사령부 의료 영상 진단 AI 사업과 관세청 가품 판단 AI 사업에 선정됐다.

국방부와 진행하는 AI-X 실증 사업에서 딥노이드는 군이 보유한 방대한 의료영상 데이터를 이용해 기존 딥노이드의 인공지능 판독 알고리즘 성능을 개선하고, 2021년 15개 국군병원에 의료 AI 솔루션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대상 질환은 군 다빈도 질환인 페렴, 결핵, 기흉, 척추 압박골절, 손목골절이다.

관세청 AI 융합 불법 복제품 판독 시스템 구축 사업도 2021년 하반기 솔루션 개발완료 후 현장에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디자인 도면, 상표권 등을 참고해 불법 복제품 판독 시스템 알고리즘을 구현한다. 4대 불법 복제 분야인 IT 제품, 생활가전, 이미용품, 자동차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해당 작업을 통한 데이터세트 구축으로 신규 AI 시장도 모색할 계획이다.
 

Q. 다른 의료 AI 기업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의사와 병원이 주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장점이라고 본다. 회사 이익도 진단 솔루션을 병원 데이터에 적용하기보다는 주로 플랫폼 이용을 통해 발생한다. 앱 개발자가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것처럼 의사나 병원이 딥파이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우리 회사와 나누는 구조다.
 

Q. 요즘 딥노이드가 주력하는 일은 무엇인지?

최근에는 상장 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로 한창 바쁘다. 지난 10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의 첫 관문을 넘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이크레더블 두 곳에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각각 A등급을 획득했다. 9월에는 94억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성공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방부 사업에서 확보한 판독 알고리즘과 시스템 구축 경험을 토대로 FDA, CE 등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인도네시아 원격협진 시범사업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Q. 딥노이드가 꿈꾸는 장기 계획, 기업상이 있다면?

딥노이드의 코딩 없는 쉬운 AI 개발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상장 기업이 된 이후에는 의사들이 AI 이해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병원과 의대에서 교육을 지원하려 한다.

기존 교육 관련 사업으로는 패스트캠퍼스와 MOU를 맺고 빠르게 AI를 업무에 활용하길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딥파이로 코딩 없이 AI 개발하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여러 의대를 다니며 AI 세미나를 열었으며 영상학회 교육에도 참여한 바 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오픈 소스를 강조하는 것처럼 무상 서비스를 제공해 저변을 확산할 계획도 있다. 대다수 딥노이드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고 특정 프리미엄 서비스만 유료화하는 것과 같은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다. 쉽게 AI를 이해할 수 있는 책도 쓸 생각이다. 온 국민이 코딩 없이 AI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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