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기업 KPMG 평가 결과...한국은 7위 등극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2020(AVRI 2020)' (자료 제공:KPMG)

국가간 자율주행차 경쟁이 치열하다. 엔비디아와 인텔 등 하드웨어(HW) 전문 기업은 자동차 기업과 협업해 2023년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이다와 인공지능(AI) 비전 기술을 활용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개발도 활발하다.

컨설팅 기업 KPMG는 얼마 전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2020(AVRI 2020)'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의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 수준을 평가한 내용을 담았다.

'AVRI 2020'은 지난 2018년 첫 발표를 시작으로 KPMG가 출간하는 연례 보고서다. 올해 보고서는 ▲정책과 입법 ▲기술과 혁신 ▲사회기반시설 ▲소비자 수용 4가지 측면을 축으로 24개 변수를 고려해 국가별 자율주행차 기술력을 분석했다.

리차드 드렐폴 KPMG 국제 인프라 담당자는 보고서를 통해 “현실에서 자율주행차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기술 구현의 복잡한 과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율주행차가 사회ㆍ경제를 강화시킬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접근성 높은 혁명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1위 : 싱가포르

싱가포르 정책과 법률은 자율주행차 사용을 장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9년 1월 정부는 자발적인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와 자율주행차량 국가 표준 'TR68' 초안을 발표했다. 이후 2020년 1월 실제 사용 사례와 AI 개발 시 고려사항 등을 담아 TR68을 최신화 했다.

이후 같은 해 3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은 볼보와 함께 자율주행 전기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는 서부 지역 모든 공공 도로를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시험 면적을 확대했다. 또 2022년부터 싱가포르 내 신도시 3곳을 대상을 자율주행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자율주행버스 안전 운전을 위해 100명의 버스 운전자에게 재교육을 실시했다.

2020년 3월에는 국내 자동차 기업 현대가 2022년 개소를 목표로 싱가포르에 글로벌 혁신 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2위 : 네덜란드

지난 2018년부터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네덜란드는 올해 싱가포르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와 정부 지원 자율주행차 파일럿 등 정책과 입법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성과를 보였다.

또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인 양질의 도로 상태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9년 교통 신호등과 같은 스마트 장비 설치를 확대해 자율주행차량을 무선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의 질소 오염 제한 기준을 초과해 2020년 3월부터 차량 제한 속도를 낮췄다. AVRI 보고서는 이 같은 조치가 네덜란드의 자율주행차 도입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위 : 노르웨이

노르웨이는 전기 동력의 자율주행차 기술 선구자로 평가 받으며 3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는 2019년에 자율주행차 사용을 확대했다. 현재 오슬로 내 3개 버스 노선은 운전자가 없다. 업계는 리스크를 분석해 도로 내 자율주행차 최고 속도를 10~12마일(16~19km/h)로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도시 교통량과 비슷한 16마일(25.7km/h)로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또 특정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율주행차에 균등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관련 내용을 법제화 했다. 스톨러 하겐 노르웨이 KPMG 모빌리티 및 교통 책임자는 "무인 버스 서비스가 노르웨이 사람에게 친숙해지고 있다"며 "자율주행버스 이용에 회의적이지 않고 평범한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 극한의 기후 속에서 파일럿을 태우고 자율주행 트럭ㆍ자동차ㆍ버스를 시험하고 있으며 오슬로 공항은 제설 작업에 자율주행차량을 사용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자율주행보트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사람의 도움 아래, 노르웨이 피오르드를 가로지르는 일부 항로가 자동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겐은 "노르웨이가 이미 훌륭한 맵핑을 갖고 있지만 교통 상황ㆍ사고를 다룰 수 있도록 도로의 실시간 데이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자율주행을 위한 공동 자금과 국가 공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위 : 미국

AVRI 2020 기술과 혁신 분야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율주행차 기업 본사 수는 총 420개로 집계됐으며, 기술과 혁신 분야 평가 항목 중 하나인 산업 파트너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미국 기술 중심 회사와 기존 차량 제조사가 세계적인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애플은 실리콘밸리 지역 스타트업 드라이브.ai를 인수했고, 2020년 미국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수행했다.

같은 해,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은 승차 공유용 자율주행차 오리진을 선보였다.

다른 국가는 도로 인프라 업데이트와 대중교통 등에 자율주행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비교적 미국은 인프라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개인용 차량과 택시에 더 집중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업무는 주(State)와 도시에 집중돼 있다.

5위 : 핀란드

핀란드가 AVRI 2020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세계경제포럼(WEF) 지원 아래 세계 기업 임원이 평가한 자율주행차 규제와 도전적 규제 부문 국가 법체계 효율성에서 최고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핀란드 정부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위해 도로망 전체를 개방하는 등 자율주행차 기술 대비에 노력했다.

핀란드는 환경적 영향과 자가용 차량 이용 감소를 목표로 자율주행차를 추진 중이며 관련 정책과 업무는 대부분 헬싱키에 집중돼 있다.

2019년 헬싱키 서쪽에 위치한 위성도시 에스포는 운전자 없는 버스를 공개 운행하기 시작했다. 헹 쟝 크러트 핀란드 KPMG 글로벌 전략 그룹 매니저는 "에스포가 2021년까지 무인 셔틀버스를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러트는 "매년 핀란드가 스타트업 및 기술 행사 '슬러시(Slush)'를 개최한다"며 "이 행사의 지원으로 핀란드는 튼튼한 자율주행차 민관 생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6위 : 스웨덴

스웨덴은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 범위를 넓히고 차량 최고 속도를 50마일(80km/h)로 늘렸다. 또 사람이 핸들에서 손을 떼는 것을 허용했다.

스웨덴의 자율주행차 업무는 물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9년 5월에 스웨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아인라이드가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트럭 '아인라이드 포드'는 스웨덴 남부 욘코핑에 있는 독일 물류그룹 DB 셴커 시설에서 창고와 터미널 사이 공용 도로를 주행했다. 이어 6월에는 스웨덴 통신사 에릭슨이 제공한 첨단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스톡홀름으로 상품을 배달했다.

크리스토페르 셀베리 스웨덴 KPMG 오토모티브 책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등장이 자율주행차량 확대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소비자 수용 측면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하위 지표인 정보통신기술(ICT) 채택과 디지털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했다.

7위 : 한국

지난해 13위였던 우리나라가 올해 평가에서 6단계 상승한 7위를 차지했다. 빠른 광대역 통신과 모바일 연결 속도 등에 높은 평가를 받아 사회기반시설 부문 2위를 기록했다.

자율주행 시험 장소와 승차 공유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고 소비자 기술 채택이 개선하는 등 평가도 이어져 소비자 수용 부문은 10위를 달성했다. 기술과 혁신 부문은 7위, 정책과 입법 부문은 16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전략 계획의 일환으로 2024년까지 총 5500km의 주요 도로에 자율주행 기반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동차와 도로 시스템 간 무선 통신, 3차원 지도, 교통 관제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김효진 한국 KPMG 인프라 담당자는 "2019 미래자동차산업 국가 비전은 입법과정과 투자 등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국가 미래 방향에 대한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8위 : 아랍에미리트

2016년 아랍에미리트는 2030년까지 전체 교통의 25%를 자율화 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이번 조사에서, 사회기반시설과 소비자 수용 부문 4위를 차지했다. 하위 지표인 ICT 채택과 정부의 미래지향성에서 2위를 기록했다.

라비 수리 KPMG 로우어 굴프 글로벌 인프라 재무 책임자는 "아랍에미리트가 자율주행차 분야 진출 결의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해 양질의 도로 유지에 나섰으며 AI, 블록체인, 5G 등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9위 : 영국

지난해와 비교해 2단계 떨어졌지만, 영국은 정책과 입법 분야에서 2위를 유지했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이 분야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2018년 제정한 자동화 및 전기자동차법을 기반으로, 영국 정부는 지난 3년간 자동화 차량 규제 체계 검토에 따른 두 번째 협의서 작성을 시작했다. 이 협의서는 공공 서비스 차량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차 규제를 살핀다.

또 미래 운송 규제 검토를 지원할 목표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차량과 서비스로써의 이동수단(MaaS)을 고려한 협의도 최근 시작했다.

사라 오웬 반더슬루이스 영국 KPMG 미래 모빌리티 책임자는 "영국은 많은 실험으로 초기 작업에 필요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 인프라 질과 업무를 확장하고 조직간 협력을 장려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10위 : 덴마크

덴마크는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를 온라인 셀프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이에 보고서는 덴마크가 디지털화 가능한 국가 중 하나라고 꼽았다.

덴마크는 도로 환경이 양호하고 전기 충전소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정부는 공동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7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국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을 허용했다. 다만, 시험 신청부터 허가까지 약 1년정도 걸린다.

2020년 3월 덴마크 최초의 자율주행버스 서비스가 올보르 지역 2.1km 노선으로 개통했다. 이 서비스는 자율주행차 전문 기업 홀로가 담당하고 있다. 홀로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도 유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는 자율주행차 분야 기업이 극소수다. 홀로는 그중 하나다.

모르 텐 라이머 덴마크 KPMG 교통 모빌리티 고문은 "덴마크 시장에서 자율주행차 회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약점으로 꼽는다"며 "차량 지원 시스템에 대한 높은 수준의 과세도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세계를 놀라게 한 인공지능(AI) 5가지

[관련 기사] 회의부터 스포츠까지 VRㆍAR로 한다…실감 콘텐츠 '확장현실(X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