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석 도시공유플랫폼 대표

“무인판매기를 모으면 무인 매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AI 무인 판매기를 개발해 한국판 ‘아마존고’에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 ‘도시공유플랫폼’ 박진석 대표.

도시공유플랫폼이 개발한 AI 무인 판매기 ‘아이스고’는 신용카드를 꽂고 내가 원하는 제품을 아이스고에서 꺼내면 AI가 자동으로 인식하고 결제하는 기기다.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아이스고가 제품 사진과 3D좌표값을 딥러닝 기술로 학습한다. 한번 학습을 하면 아이스고 안에 있는 카메라가 이를 인식, 고객이 제품을 아이스고에서 꺼내면 AI가 자동 결제한다. 물건의 형태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고 음료수에서 화장품으로 판매 품목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아이스고는 2018년 성남시의 지원을 받아 판교 소재 한 점포에서 QR마트로 시작했다. 점포 유휴공간에 매대를 설치하고 매대에 표시한 QR코드를 앱으로 인식해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수익의 일부를 소상공인에게 주는 공유경제 모델로써 각광을 받았다. 그 후 진화를 거듭해 2019년 제품의 위치를 적외선 센서(IR)가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위치를 바꾸면 인식에 오류가 발생했고 햇볕이 들어오면 인식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AI기술을 접목하게 됐다고 박대표는 설명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무인 매장이 보급화 돼있지 않습니다. 창업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저렴하게 창업할 수 있는 것이 자판기입니다. 하지만 자판기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박 대표는 자판기 시장이 활성화되기 힘든 점에 주목했다. 기존 자판기들은 물건의 외형에 맞춰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아이스고는 AI가 제품 외형을 학습하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자판기 판매 허용 품목 다양해져야...

이웃나라 일본은 자판기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기준 400만대 이상의 자판기에서 매출 5조엔(한화 57조원)을 올렸다. 이렇게 발전한 것은 일본의 개인주의적 성향도 한몫했지만 품목에 대한 제한이 우리나라보다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판기시장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판기 판매 품목과 관련한 법적 한계가 있다. 2004년 식약처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자판기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했지만 의약품은 비대면으로 구매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국은 자판기 형태의 원격영상투약기로 필요한 약을 24시간 판매한다. 약국 인근에 판매기를 설치, 약사와 원격으로 연결해 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해 자판기 판매 품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형태로라도 자판기 품목 허용이 넓어진다면 일본과 같이 자판기 시장 규모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인판매장 예상도(사진=도시공유플랫폼 제공)
무인판매장 예상도(사진=도시공유플랫폼 제공)

 

무인판매기를 넘어 무인매장을 꿈꾼다

도시공유플랫폼은 AI 무인 판매기 기반의 한국형 무인매장 모델로 시장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 아마존이 만든 무인매장 ‘아마존고’는 대형 매장이며 일반인이 창업하기 힘들다. 이에 반해 아이스고는 편의점보다 가까운 생활 밀착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복지포인트로 결제 할 수 있는 무인판매기로 활용할 수 있고 아파트 현관 안에서도 콩나물, 두부 등을 살 수 있다. 자판기 판매 품목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가 통과하면 그 활용가능성은 일본의 자판기 문화와 비교될 만큼 발전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인천 송도 매장에서는 입장 시 생체 인증을 사용하고 있다. 추후 아이스고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도시공유플랫폼은 9월 1일 무인 매장 창업설명회를 열어 사업 확장에 나선다. 현재 추가 투자처를 확보 중이며 대기업과도 계약 협의 중이다. 최종적으로 딥러닝 연구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첫발을 내딛는 단계로 최근 CTO도 영입했다.

박 대표는 "저희는 유휴공간에서 가치를 발휘하는 공유 기업"이라며 "앞으로 n잡러 시대에 발맞춰 공유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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